Interview : 인터뷰

‘My book, my drink…’
저자 정인성

에디터: 유대란
사진 제공: 김종우

친절하지만 과도하지 않은, 적당히 무관심하지만 다정한 주인장이 술과 책을 권하는 연희동 책바에서 공간의 주인이자 『소설 마시는 시간』의 저자인 정인성을 만났다. 『소설 마시는 시간』은 책 속에 등장하는 술과 칵테일에 얽힌 안팎의 이야기들을 마치 바 건너편 손님에게 건네듯 친절하고 편하게 들려준다. 그는 책 속 아름다운 문장에 빠져들며 피츠제럴드가 사랑했던 술, 미도리가 마시던 술에 취해보길 권한다. 편안한 온도와 조도, 재즈 선율이 조용히 흐르는 가운데 대화를 나눴다.

Chaeg: 책바도 그렇고 이번에 내신 책 『소설 마시는 시간』에서도 그렇고, 책과 술을 연결하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직장을 다닐 때 퇴근한 후 조용한 곳에 가서 책을 읽고 싶은 날이 많았어요. 보통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잖아요. 그런데 저는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못 잘 거 같고, 약간 취기가 느껴지면 책에 더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 전부터 책과 차, 책과 커피, 책과 술, 이런 것들을 누리면서 쉬다 갈 수 있는 공간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갖고 있었죠. 누구나 막연하게 세계 여행을 꿈꾸잖아요. 그 정도의 막연함이었어요. 50세 정도가 되면 이루고 싶은 꿈 중 하나였는데, 회사를 그만두고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불현듯 오래 전부터 꿈꿨던 그런 공간을 떠올렸고 실천에 옮겼죠. 이 공간과 제 책이 책을 읽으면서 술을 한 잔 마시는 게 몰입에 도움이 된다는 걸 넌지시 알려주는, 그런 작은 교두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즐거움의 기폭제가 될 수 있으면 해요.

Chaeg: 당연한 질문이겠지만, 책과 술을 좋아하시나요?
좋아하죠. 그런데 술보다 책을 조금 더 좋아해요. 고등학교 때 도서부였고, 군대에 가서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읽은 책에 대한 리뷰를 계속 남겨왔어요. 그러다 보니 200~250권 정도가 됐어요. 이걸 모아서 독립출판물을 내기도 했고요. 제 인생에 책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술은 잘 몰랐어요. 거의 소주, 맥주, 막걸리만 마셨어요. 저렴하기도 하고 접하기도 쉬우니까요. 책바를 차리기 전에는 바에 가본 적이 거의 없었고, 바에 대한 지식도 별로 없었어요. 회사 다닐 때 평생 갈만한 취미가 뭘까 고민하다가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흥미를 느꼈어요. 그래서 두 가지를 조합해보기로 생각했고, 일본에 가서 이런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하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위스키 양조장을 견학해서 술을 공부하기도 했죠.

Chaeg: 소설 마시는 시간』에 소개하신 이야기들 속 술은 술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위대한 개츠비』 속 진 리키나 민트 쥴렙의 푸른 색감은 개츠비가 바라보는 데이지의 집에서 나오는 초록 불빛과도 연결되고, 주인공 데이지의 고향을 대표하는 술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신 게 신선합니다.
해석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책 속 이야기와 술에 관한 저만의 가설이 있어야 한다고요. 책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고 술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두 가지를 좀 더 전문적으로 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고 싶다는 사명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에 가면 도서관에 들러 관련 책을 살펴보고, 위키피디아도 찾아보고, 손님 중에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있으니까 친해지면 넌지시 물어보고 의견을 받기도 했어요. 그러다 주인장만의 가설이 들어 있으면 좋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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