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ic : 이달의 화제

에디터: 유대란, 박소정

‘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도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술은 인류와 함께 오랜 역사를 지나왔다. 만국 공통의 합법적 마약으로 통하기도 하는 ‘술’은 오늘날 에탄올 1% 이상을 함유한 음료를 총칭하는 것으로, 그 종류만 해도 수백 가지가 넘으며 한 해 생산되는 술의 순수 알코올만 추출해도 약 200억 리터가 넘을 정도로 세계적인 대중 음료로 자리 잡았다. 미세한 가루를 뜻하는 아랍어 ‘al Kuhul’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알코올은 각 지역의 기후와 주요 작물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고대 시대부터 현대까지 발전해왔다.

술의 기원과 발전
최초의 술은 언제 생겼을까? 그 기원은 수렵 채취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땅에 떨어진 잘 익은 과실이 공기 중의 효모와 자연스럽게 만나 증식된 후 당을 분해하고, 발효되면서 과실주가 탄생했다. 이를 처음 맛보고 저장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아니라 영리한 원숭이였다. 우연히 나무 밑에서 과실주로 목을 축이며 술의 맛에 매료된 원숭이들은 본격적으로 과실을 나무 틈이나 움푹 팬 바위에 저장한 뒤 발효될 때까지 기다려서 먹기도 했다. 저장된 과실주를 발견한 인간들은 포도, 사과, 살구 등 당이 많은 과실뿐만 아니라 야자 수액, 벌꿀, 말, 소 등 가축의 젖을 이용해서도 술을 빚기 시작했다. 인류가 만든 술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다고 전해 내려오는 것은 ‘미드mead’라 불리는 벌꿀술이다. 인류가 벌꿀을 채취하기 시작한 것은 약 1만5,000년 전의 일로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 벽면에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사람들에게 풍부한 영양원이기도 했던 벌꿀에 물을 3배 정도로 희석한 후 자연상태에 일정 시간 이상 방치해놓으면 쉽게 벌꿀술을 얻을 수 있었다.

과실주에 이어 곡물을 이용해 술을 담그기 시작한 것은 B.C.4000년경으로 추정된다. 커다란 강줄기를 중심으로 4대 문명이 탄생한 후 이를 유지하는 것은 곡물의 몫이었다. 보리, 쌀, 옥수수, 조 등 볏과 곡물을 대량생산하면서 술의 역사 2막이 올랐다. 농경시대에 정착한 인류는 수확한 작물에 당화 과정을 발명해 도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술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기본적으로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서는 효모가 당을 섭취해야 하는데, 기존에 술을 얻었던 과실과 달리 곡물에는 당이 전분 형태로 들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분해하여 당으로 만드는 당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당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지는데, 보리나 수수가 발아할 때 생겨나는 효소를 가지고 맥주나 위스키를 만드는 방법과 곰팡이가 자라며 발생하는 효소를 이용해 막걸리나 청주, 소주 등을 만드는 방법이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양조주를 통해 술이 대중화되고, 이후 증류기법이 술을 만드는 데 도입되며, 증류주의 시대가 도래한다. 원래 증류법은 기원전 20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생했다. 항해하는 선원들이 바닷물을 식수로 만들기 위해 원시적인 증류법을 사용했는데, 9세기에 이르러 이슬람의 화학자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증류 장치와 기법이 발달하며 알코올을 추출하게 됐다. 이때 이슬람에서 나온 알코올은 술을 금하는 국가의 특성상 다른 화학물질의 원료나 향수를 만드는 데 주로 쓰였다. 이후 200여 년에 걸쳐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며 가톨릭 수사들에 의해 증류법이 유럽 전역으로 전파되며 약용으로 널리 쓰이다 독일의 연금술사가 『증류 기술』을 펴내 증류법을 알리며 증류주의 발전을 촉진했다. 위스키, 보드카, 브랜디 등 대표적인 증류주가 각 지역에 한정되어 생산되어 오다 19세기 산업혁명 때 연속 증류기로 인해 대량 생산이 시작하고 상품화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세계를 무대로 하는 거대한 주류 시장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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