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직업을 가진다는 것

에디터: 김지영
자료제공: 미세기

누구나 어릴 적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며 꿈을 갖는다. 그것을 이룰 수 있는지에 관한 깊은 고민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잘하는, 잘하고 싶은 일을 찾거나 동경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그사람처럼 되고자 마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잘 떠올려보면 선생님, 의사, 연예인, 운동선수, 변호사처럼 주변에서 흔히 보거나 들을 수 있는 직업을 꿈꾸었던 경우가 다분하다. 지금 우리의 아이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상황이 달라지지 않은 이유는 단순하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직업에 관해 말하는 책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위인전 카테고리에 포함되는 책 중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을 소개하는 그림책도 다수 출간됐고, 여러 직업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도 도서관이나 서점 추천 도서로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직업에 관해 세밀한 교육보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직업이 있고, 그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먼저 배우는 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꿈 다음 꿈 다음 꿈
저명한 CEO와 유명 배우들의 부정 입학 스캔들로 미국이 시끄럽다. 시험지 유출, 학생부 조작 등의 비리가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다는 게 쓴 입맛을 다시게 한다. 내가 자랄 때 친정아버지는 무척 바빴지만 대화를 참 많이 나누었다. 아버지와의 대화는 마치 소크라테스와 제자들의 문답법 같아서, 이쯤에서 정답을 알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도 많았다. 그러나 아버지는 “물고기를 주는 것보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게 가르쳐 주라”는 말로 당신이 부모로서 취하는 방식을 명확히 했다. 엄마가 되고 보니, 정답을 미리 알려주고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못하는 그 심정을 알 것 같다.

백세시대의 진로 설계
“나중에 크면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어른 사람”이라고 하는 내 아이에게 직업의 세계,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망설여졌다. 부모 같은 1차 양육자가 가진 관심사, 의식, 태도와 가정 안팎에서의 역할은 성장기 자녀의 성향과 가치관, 태도를 형성하고 진학과 진로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아이가 자신의 꿈을 구체화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 대체로 본인의 관심사, 흥미, 강점 등을 잘 알고 긍정적, 진취적인 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은 아주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아이와 함께 아이의 꿈과 미래에 대해 대화하는 것이 머뭇거려지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아이가 자기의 꿈을 미처 구체화하기 전에 부모의 기대를 먼저 투영하게 될까 조심스럽고, 둘째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부족한 이해 때문에 미래 사회를 예측하기 어려우며, 셋째, 나조차 스스로 진지하게 생애설계 혹은 진로설계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1970년대 한국의 교육현장에도 진로 교육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한 개인이 인생에서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진로 결정을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진로교육의 목표는 지금껏 입시 위주의 진학지도, 자기 이해의 부족, 직업세계에 대한 정보 및 이해 부족, 직업의식과 직업윤리에 대한 왜곡된 이해, 부모와 학교 주도의 진로 결정 등으로 인해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중에 진로 설계와 상담 관련 서적도 많고 적성검사, 진로상담 및 교육의 기회도 많이 있지만, 아이가 자기주도적으로 미래 진로를 설계하는 궁극적 방안으로는 역부족이다. 길어지는 기대 수명과 급변하는 사회 안에서 아이가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도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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