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Chaeg: People 책 속 이야기: 사람

Working is Life

에디터 :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자료제공 : 아츠코 타카기 © Atsuko Takagi

바야흐로 워라밸을 이야기하는 시대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우리는 단연코 어떤 한 순간도 삶을 소홀히 대해본 적은 없다. 언제나 머릿속은 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이유는 같은 노동으로 더 큰 효과를 내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보다 많은 것을 얻어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마음 속 끝에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열심히 일한 뒤에는 따뜻한 미래가 기다린다고, 땀과 눈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열정은 언제나 큰 꿈의 성취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 그래서 인간은 기계의 힘을 빌어 더 많은 것을 얻으리라고 착각한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혹은 스마트폰 앞에서 소비한다. 예전 같으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발로 직접 뛰며 처리할 일들이 세세히 분화되고, 네트워크가 생성됨에 따라 손가락 몇 개만으로 해결 가능해졌다. SNS는 몇 년 동안 연락 없이 지내는 옛 친구들과의 관계도 이어주며 잊고 있던 생일까지 챙겨주는 고마운 비서 같은 존재다.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을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며살아가는지 모니터링한다. 세계 최고라 여겨지는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며 그들의 이상을 함께 바라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렇다고 한들 우리의 삶에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셀 수도 없는 숫자로 불어난 인간 사회는 보다 기능적이고 경제적인 측면을 강화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구 반대편 누군가는 빈곤과 싸운다. 극소수의 부자가 대다수 빈곤층의 노동력을 빌어 부를 축적한다. 너무도 많은 소비자가 악덕 기업주가 생성해내는 불량품의 희생양이 된다. 우리는 이러한 불합리를 매일같이 보며 산다. 그러나 이에 대해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지도, 손댈 수 없도록 거대해진 사회를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들은 여전히 먹고살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일’로부터 멀어지고자 발버둥을 치거나 ‘일’을 살아가기 위한 필요악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일’ 자체의 의미와 ‘일’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하지 않을까? 자신의 자아 성찰이 아닌 타인의 배를 불려주는 일 말고, 자신의 존재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일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모든 것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가 일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진정 없다고 단정한다면 우리가 일 그 자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축복이 무엇인지 고민해볼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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