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아무도 모르는 고래나라/
제주 바당에 가민

에디터: 김지영,전지윤
자료제공: 마주보기

1—아무도 모르는 고래나라
에디터: 김지영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미지의 공간, 바다. 특히 제주의 바다는 영롱한 색과 잔잔한 파도, 모래알이 고운 해변이라는 삼박자가 맞아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게다가 제주의 바다는 외관만큼이나 신비로운 생명도 관찰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제주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출판사 ‘마주보기’. 마주보기의 『고래나라』를 읽으면 신화의 섬 제주의 또 다른 바다를 경험할 수 있다.

아름다운 섬 제주에 산 우리 조상의 이야기와 제주 ‘일만 팔천 신’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 시리즈 ‘제주이야기’. 마주보기 출판사에서 기획한 이 시리즈는 출판사의 대표이자 동화작가인 장수명이 쓴 이야기에 그녀의 남편인 김풍창 화백의 회화 작품이 어우러져 풍성한 제주 이야기를 전달한다. 2012년 제주도 똥돼지 ‘복순이’의 이야기를 담은 『똥돼지』, 제주를 터로 삼은 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주는 『노리의 여행』, 우리나라 최초로 학문과 예술을 하나로 그린 김정희의 이야기 『세한도』, 제주도 바다에 서식하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소년의 이야기 『고래나라』까지 총 4권이 출간됐다.
제주에 정착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저자들은 제주를 ‘숨 쉬는 땅이자 환상의 섬’이라 말하며 자신들이 직접 경험한 제주의 모습을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그중 『고래나라』는 저자들의 신기하고 재미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제주도에 정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무렵 수십 마리의 돌고래가 나타나 돌고래 떼를 따라 3km가 넘는 길을 무작정 걸었는데, 그때 기억을 토대로 제주 바다에 아무도 모르는 고래나라가 있으며 바다를 좋아하는 한 소년과 고래나라 고래들이 만나는 이야기를 창작했다.
고래들은 가끔,
산의 소리를,
바다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을 찾아
바다 위로 올라옵니다.

2—제주 바당에 가민
에디터: 전지윤
“엄마, 나도 비행기 타보고 싶어.”
만 세 살이 되어가는 어느 날, 하원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아이가 애원하는 얼굴을 했다. 우리가 장거리 여행을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다. 지하철만 타도 귀를 틀어막고 무서워했고, 영화관에서는 연신 사과하며 아이를 안고 뛰어나온 일이 허다했다. 비행기는 중간에 내릴 수가 없다고 여러 번 말해줘도 단호하게 할 수 있단다. 결국 그해 여름, 아이는 처음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갔다. 공항청사 밖으로 나와 처음 아이가 ‘와아’ 하고 작게 탄성을 지를 때의 표정이란, 세상의 어느 햇살이 그렇게 밝고 찬란할까. 그렇게 제주도는 우리 가족에게 아스팔트 용광로를 피해 꿈같은 시간을 선사하는 특별한 곳이 되었다.

수애기가 노는 팰롱팰롱 제주 바당
돌고래들이 노는 반짝반짝한 제주의 바다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에는 여러 종의 고래가 살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인 <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는 북방긴수염고래, 혹등고래, 참고래, 귀신고래, 향유고래가 상당히 정확하게 묘사되어 있다. 제주 바다의 고래에 대한 기록도 실록이나 사료에서 발견되며, ‘수애기’ ‘수어기’ ‘곰세기’ 등 돌고래를 가리키는 제주 방언이나 해녀들에게서 회자되는 고래에 대한 오랜 일화들도 고래가 낯선 손님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은 돌고래를 아쿠아리움이나 놀이공원의 쇼를 통해, 한국에 산다고 생각지도 않은 이 이국적 동물들과 인위적으로 만나 환호한다.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한반도 남쪽의 따뜻한 바다, 특히 제주 바다에 서식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남방큰돌고래는 연안 생태계 최상위에서 우산종이자 균형자 역할을 한다. 우산을 펼치면 그 아래는 비에 젖지 않듯 이들이 안정되면 연안의 하부 생태계가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개체 수 안정을 위해 관심과 보호가 필요하다.
멋진 남방큰돌고래는 어느제 오쿠과
나와 남편, 아들 초보 제주탐사대는 재빠른 검색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자주 출몰한다는 해안가에 자리를 잡았다. 꽤 오래 기다려도 감감무소식이다.
“돌고래들아, 어느제 오쿠과?”
“그게 한국말이야?”
“언제 오시겠습니까가 제주도 사투리로 어느제 오쿠과야.”
제주특별자치도청에서 만들어 놓은 제주방언사전에서 찾은 제주말을 이렇게 붙이고 저렇게 붙여 대화를 시도해보며 지루함도 달랬다. 이렇게 기다리느니 배 타고 바다에 나가면 돌고래가 배를 따라와 장난도 치고 물 밖으로 뛰기도 한다는데, 고래 투어를 해보자는 아빠의 제안을 아이가 단호하게 거절한다. 돌고래는 자기처럼 폴짝거리고 장난치기를 좋아해서 자기를 보면 함께 놀고 싶어 배 가까이 올 게 분명한데, 그러다 돌고래가 다칠 수 있다는 것이다. 더 이상 설득할 방도가 없어 조금 더 기다려보았지만 여전히 돌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바쁜 일이 있나 봐. 생일파티를 하거나 뭐 그런 일로 수영하면서 놀 시간이 없는 거겠지.”
그래도 바지를 털고 일어난 게 아쉬웠던지, 식당에서 아이는 수저받침으로 놓은 종이에 돌고래를 타고 여행하는 그림을 그리며 말했다.
“보고 싶었을 텐데 괜찮아?”
“응, 돌고래는 꿈에 찾아오니까 그때 만나면 돼. 내일 바닷가에서 놀 때 보러 올 수도 있어.”
아빠가 배로 고래 관광을 하자고 했을 때 아이가 거절한 것은 뭘 알아서였을까? 실제로 많은 돌고래가 배에 부딪혀 다치고, 해상교통수단들이 내뿜는 기름띠, 엔진소음으로 스트레스 받아 출산율 감소 등을 겪는다고 한다. 안 하길 잘했다.

june_TailofTa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