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나무의 정령들이 이곳에 임하시기를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지은경

나무가 잘려나간 비자림로에서 통곡이 들려오는 듯하다. 잘린 나무의 고통이, 자연을 훼손하며 당장의 오늘만을 풍족하게 보내려는 인간의 탐욕이, 이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며 무언가라도 해보려는 사람들의 슬픔이 한데 섞여 마음 한구석을 비참한 칼날처럼 에이고 지나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에 있으며 또 어디로 가는 것일까? 길이 좁아서 길을 넓히니 더 많은 차가 찾아와 길을 막을 것인데, 나무도 물도 공기도 다 떠나면 더 이상 사람들도 오지 않을 터인데, 그러면 텅빈 제주도는 어디로 가야 할까?

2018년 8월,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대천교차로 송당 방향에 서 있던 삼나무 915그루가 베어졌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을 만들어 항의를 시작했고, 공사는 일시 중단되었다. 제주도정은 ‘생태도로-환경훼손 최소화’를 내세우며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환경훼손 최소화’라는 단어에 적절한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한 개선안을 ‘아름다운 경관도로’로 명명해 여론을 잠재우는 데 성공한 뒤 같은 방식의 공사를 강행했다.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수천 그루의 나무가 잘려나간다. 시민모임은 비자림로 모니터링단을 결성하고 비자림로 숲에 오두막과 텐트를 설치, 현재 진행 중인 도로 확장 공사를 24시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2019년 3월 23일, 비자림로 도로확장구간(제2 대천교) 자생숲의 나무 510여그루가 베였다. 또한 1등급 보호천인 천미천이 훼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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