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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나바우쉬 : 실존적 질문, 사랑과 두려움

에디터 : 김지영
자료제공 : 을유문화사

기존 무용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무대를 선보인 예술계 혁명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 그녀의 무대는 춤뿐만 아니라 연극,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예술 분야를 넘나들며 순수예술과 대중의 벽을 허무는 완전히 새로운 장르였다. 누군가는 그녀를 자기도취적 안무가’라 폄하했지만, 결국 피나 바우쉬만의 장르는 20세기 예술계를 장악했다. 1973년 < 프리츠Fritz>와 댄스 오페라 <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아Iphigenie auf Tauris>를 시작으로 2009년 마지막 작품을 만들기까지 그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인간 실존의 핵심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혁명에 가까운 그녀만의 표현법은 예술사에 길이 남을 재산이다.

혁명가의 등장, 예술의 자격
길고 짙은 머리카락을 언제나 말꼬리처럼 묶고, 검은 구두와 검은 옷을 즐겨 입은 피나 바우쉬. 그녀는 1940년 독일 북부 작은 도시 졸링겐Solingen에서 여관 주인 부부 아래서 태어나 2009년 암 선고를 받은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식당과 여관을 함께 운영하던 부부는 일이 바빠 피나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피나는 대체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수줍음도 많고 외로웠던 피나는 바깥에 나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보다 부모가 운영하는 식당 구석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춤을 통해 자유를 느꼈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춤으로 표현하길 즐겼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피나는 자신의 삶인 춤을 추며 무용수가 되겠노라 결심했다.
피나 바우쉬는 15세 때부터 무용과 연극을 결합한 양식인 ‘탄츠테아터Tanztheater’ 개념을 처음 사용한 루돌프 폰 라반Rudolf von Laban의 제자 쿠르트 요스Kurt Joss에게 무용을 배웠다. 요스는 고전 발레의 정형화된 표현법에서 벗어나 완전한 표현의 자유를 이끌어낸 인물로,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아버지라 불린다. < 단편Fragment>을 통해 안무가로 데뷔한 후 고전적인 모던댄스 스타일의 대담하고 탁월한 무용 타블로tableau인 < 시간의 바람 속으로Im Wind der Zeit>를 만들었다. 몇 해 뒤 쾰른 안무경연대회에서 이 작품으로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의 발레 감독 우쉬가 욘 노이마이머, 현재 베를린 민중극장의 안무연극 감독 요한 크레스닉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라 무용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난 30년 동안 피나는 수많은 업적을 이뤘다. 단순히 고전주의에 속박된 예술의 한계를 깼다기보다 예술계를 압도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하다. 『피나 바우쉬: 두려움에 맞선 춤사위』의 저자인 요헨슈미트는 그녀를 독일 최고의 무용가라기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춤의 대변자, 새로운 춤의 ‘억척 어멈’과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1-6 게르트 바이겔트, 쾰른

피나바우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