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나의 생물학적 근원을 찾아서,
저자 나흥식

에디터: 김선주
사진제공: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몸 어딘가에 크고 작은 이상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살면서 우리 몸에 궁금증을 갖는 경우는 거의 없다. 설사 궁금해서 찾아보더라도 의학 용어로 가득한 딱딱한 진단이나 설명에 그쳐 일시적인 의문 해소 정도에 그치고 만다. 하지만 나흥식 교수는 ‘나’라는 인간에 새겨진 생물학적 근원을 알면 나를 넘어 나를 둘러싼 사회와 환경까지 알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의 책 『What am I』는 인간의 몸과 행위, 본성에 대해 보다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독자의 손을 잡아 이끈다. 고려대학교 학내 우수 강의상인 ‘석탑강의상’을 18차례나 받은 인기 강의를 토대로 한 이 책은, 내 몸에 새겨진 생물학적 근원을 살펴봄으로써 인간과 환경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마련한다. 과학과 인문학을 오가는 이야기들을 통해 ‘왜?’라는 궁금증에 한 발 더 가까이, 더 친숙하게 다가가 보길 바란다.

‘생물학적 인간’이라는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이에요. 강의를 책으로 옮기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처음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강의 내용을 그대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고 자신만만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왜 책 쓰는 일을 산통에 비유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말이라는 건 그 자리에서 수정하거나 덧붙일 수 있지만, 책은 한번 완성되어 나오면 그걸로 끝이니까 더 어려웠어요. 교육이라는 건 상호 활동인데, 책은 한 방향이기 때문에 그동안 학생들에게 받았던 무수한 질문들에 답해주는 마음으로 썼어요. 또 과학은 어렵고 지루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용어나 풀어가는 과정 등 독자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과정에 신경을 많이 썼죠. 책이 나오고 나서도 어쩐지 민망하고 숨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최근 한 학생이 이 책을 안 집은 사람은 있어도 집었다가 놓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메일을 보내줬어요. 정말 그때 기분은 말도 못하게 좋았죠.

책의 서문에서부터 스토리텔링을 굉장히 강조하셨어요. 그래서인지 비유나 예시가 많이 등장하더라고요. 이렇게 스토리텔링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뇌는 다른 동물과 달리 네트워크가 굉장히 복잡해요. 익숙하지 않으면 결코 쉽게 소통하기 어려워요.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 등 스토리텔링에 관한 한 거의 무방비 상태예요. 재미있으면 열리고 지루하면 닫히는 것, 그게 뇌의 속성이에요. 그렇게 잠겨 있는 뇌를 여는 단추가 바로 이야기죠. 자칫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가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게 스토리텔링이었어요. 강의도 마찬가지지만 이 책으로 생물학적 인간을 영화 보듯 재미있게만 느끼면 저로서는 성공이에요.

나는 누구인가Who am I가 아닌 나는 무엇인가What am I
라는 물음으로 시작해요. 제목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Who am I?’라는 질문은 르네상스 시기부터 이어진 인문학적 물음이죠. 나는 누구인가, 즉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것들을 탐구하는 물음이에요. 여기에 자연과학을 더한 것이 ‘What am I?’죠. 인간을 탐구하되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통찰을 의미해요. ‘우리는 왜why’라는 질문에 대해 생물학적으로 해석하는 거죠.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은 문과와 이과라는 이분법으로 철저하게 갈려 있어요. 그래서 반대편의 학문에 관심도 없고 모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심하면 폄하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는 모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그 장벽을 허물고자 인문학과 자연과학을 융합해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생명과 환경에 관해 알려주고, 자연계 학생들에게는 인문학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나흥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