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소중한 당신으로부터, 소설가 김선영

에디터: 박소정
사진: 신형덕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아득한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지만 『내일은 내일에게』의 주인공 연두에게는 당장 눈앞의 일이다.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여읜 연두는 불행 중 다행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새엄마와 배다른 동생 보라와 한집에 남겨진다. 부족한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서 누구보다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연두, 하지만 영영 혼자 남겨질 것 같은 불안에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온다. 살기 위해 몸 안의 눈물을 모두 말려 버리기로 결심하는 모습에 짠한 마음이 드는 한편 여전히 눈물을 잃지 못해 숨어 우는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 보게 된다.

오랜만에 새로운 작품으로 돌아오셨어요, 어떤 계기로 이 소설을 쓰게 됐나요?
첫 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을 쓰면서부터 기존 소설처럼 오래전 나의 성장기를 그리기보다 오늘날의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것이 청소년 소설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써왔어요. 그러다 보니 제 십대 시절을 얘기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됐죠. 그래서 제가 십대 때 느꼈던 정서만 2000년대로 가지고 와 연두라는 주인공에 투영시켰어요. 50대인 제가 10대인 저를 만난다면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을까 생각하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워낙 막막하고 불안했던 시절이라 무엇보다 ‘괜찮아, 잘 하고 있어’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싶더라고요.

작가님의 학창시절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주인공 연두와 비교해본다면 어떤 부분이 비슷하고 다를까요?
기본 생활 환경이 불안정해서 생존 자체가 불안이었죠. 딸만 다섯인 집에서 넷째로 태어났는데 제가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니까 언니들이 직장생활을 해서 동생들의 학비를 대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집안이 점점 기우는 걸 보면서 ‘과연 내가 어른으로 무사히 자랄 수 있을까’ 불안해했죠. 그래서 그 당시 정서를 현재 고등학생 신분인 연두에게 투영하기 위해 어떤 상황으로 설정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상황이 너무 모질어서 소설 쓰면서 연두에게 미안하고 마음이 힘들었죠.
십대 때 제 정서와 심리상태를 가져왔으니, 성격적으로 본다면 연두는 생각은 많지만 함부로 말하지 않고 속으로 삭이는 경향이 강해요. 그런데도 할 말은 한다는 점에서 어릴 적 저와는 좀 다르죠.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제가 어릴 적만 하더라도 어린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아주지 않았어요. 무슨 질문 하나만 해도 어리니까 가만히 있으란 식이었죠. 그런 불만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연두는 말을 아끼는 편이지만 정말 해야 할 말은 하는 야무진 아이로 그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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