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다른 세계에서 만난 당신,
소설가 배명훈

에디터: 박소정
사진: 김종우

수영을 처음 배웠을 때를 떠올려보자. 평소와 다른 공간 속 이질적인 느낌에 온몸이 나무처럼 굳은 듯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을 것이다. 배명훈 작가의 『예술과 중력가속도』를 읽을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국경을 넘나들고, 바다와 육지, 중력과 무중력을 오가는 이야기가 주는 생경함으로 몸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을 빼는 것이 관건. 침착하게 자신의 호흡을 찾고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SF바다를 유영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Chaeg: 최근 소백산 천문대에 머물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곳에선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소백산 천문대에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제공해줘서 그곳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다음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어요. 예전부터 1년에 두 번씩 천문대에서 SF 작가 워크숍을 진행하는데 작가들과 연이 닿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도 하거든요. 계속 그곳에 있는 건 아니고 한 일주일 정도 머물다 집에 갔다가 다시 오고 그래요. 워낙 조용하고 심심한 곳이라 작업하기엔 좋은 것 같아요.(웃음)

Chaeg: 이번 소설집에 10여 년간 쓴 단편 중 총 10편이 실려 있는데 선별하실 때 기준점이 있었나요?
그간 단편 위주로 많이 써왔어요. 기존에 낸 단편집 『안녕, 인공존재!』 『총통각하』는 존재나 정치적인 메시지같이 나름 주제가 있었어요. 그 두 가지 주제에 속하지 않는 것 중 마음에 드는 소설이 많았는데, 이번에 모아서 한 권으로 내게 됐어요. 단편소설을 발표하는 지면이 다양하다 보니 독자들이 일일이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모을 수 있었어요.

Chaeg: 소설을 보면 전쟁이라는 소재가 자주 보입니다. 작가님께서 추구하시는 ‘온전한’ 것과 거리가 먼데요, 혹시 이 소재를 주로 쓰시는 이유가 있나요?
소설에 전쟁 이야기가 자주 나오긴 하는데, 참고로 폐허가 된 모습이나 무너져 있는 모습은 찾기 힘들어요. 아무래도 제가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오랫동안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쟁이란 소재를 많이 다루게 되는 것 같아요. SF 글쓰기는 정말 다양한 것을 요구하는데, 뭔가 제대로 끄집어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잘 아는 걸 써야 하거든요. SF 작가가 많지는 않지만 살펴보면 심리학을 전공한 작가는 인지나 발달 분야 이야기를 주로 하고, 사회복지를 전공한 작가는 관계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걸 볼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국제정치학의 배경인 세계를 이야기하게 되고, 그중에서도 전쟁 이야기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표제작이 될 뻔했던 「예비군 로봇」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전쟁이라고 해서 남성적이거나 강하기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편이에요.

Chaeg: 단편 중 「예술과 중력가속도」에서 중력이 낮아진 상태에서 무용을 하는 은경의 모습을 묘사하는 데 무엇을 참고해서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예전에 NASA와 한 안무가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화성과 달 중력 상태에서의 걸음걸이를 재현하면서 안무를 넣어 퍼포먼스를 한 영상이 있었는데, 그걸 많이 연구했죠. 그 외에도 NASA가 달에 사람을 보내기 전에 우주복을 입고 달 중력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실험한 게 있어요. 오래된 영상이긴 한데 이런 자료를 보면서 대략 움직임을 파악해서 쓴 거죠. 실제로 달의 중력에서 춤을 추면 어떤 모습인지 알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첫숨』이라는 장편소설에서 더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예술과 중력가속도」는 이 작품의 모티프가 된 단편 중 하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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