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캄캄한 밤을 비추는 환한 시선
작가 목수정

에디터: 이수진
사진: 진병관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부수는 도끼여야 한다.” 카프카의 말이다. 목수정은 한 권의 책에 대한 카프카의 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작가다. 그의 삶과 언어는 알게 모르게 고착된 우리 내부의 시선을 향해 여기 다른 방식의 시각도 있다고 제시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2016년 10월에 출간된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에는 한국과 프랑스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 고유의 시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책을 펼치면 총 65편의 에세이와 눈길이 머무는 사진을 통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그치지 않는 이들의 용기와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다. 자유와 평등으로 가는 길을 제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가 목수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haeg: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한국의 상황이 워낙 녹록지 않았기 때문인지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제목만으로도 마음에 울림이 일었습니다. 제목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었나요?
책 쓰는 모든 공정 중에 가장 힘든 일이 제목을 짓는 것 같아요. 처음에 ‘당신들의 계급을 동정한다’라는 제목을 출판사에 제안했어요. 제가 각별히 좋아하는 한 꼭지의 제목이기도 하고, 당시 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이기도 했거든요. 몇 가지 대안을 갖고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 쪽으로 결론이 났죠. 책의 마지막에 나오는 프랑스 밤샘 시위의 한 슬로건이 “다시 무릎 꿇지 않기 위해 서서 보내는 밤”인데요. 편집자께서 그걸 제목으로 뽑아내신 거였어요. 여기서도 ‘무릎 꿇지 않는 밤’과 ‘무릎 꿇지 않은 밤’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었어요. 제 생각엔 ‘않는 밤’은 확장성과 지속성이 있는 표현인 반면, ‘않은 밤’은 하나의 특정한 밤을 지정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결국은 ‘않은 밤’으로 갔어요. 선명한 하나의 밤, 그러나 그 밤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Chaeg: 『아무도 무릎 꿇지 않은 밤』을 읽다 보면 정치와 일상은 결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듭니다.
2002년, 프랑스 대선 투표에 사상 최초로 극우정당이 진출했어요. 인종차별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반헌법적 정당이죠. 1차 투표가 있고 바로 그다음 날 슈퍼마켓에 갔는데, 캐셔가 저를 대하는 태도가 미세하게 달라져 있다는 걸 느꼈어요. 이성의 힘으로 억제해오던 외국인에 대한 차별 감정이 그 선거 결과로 눈곱만큼 배 밖으로 튀어나온 거죠. 2주 뒤에 2차 투표가 치러지기 전, 사람들은 열렬히 거리에서 극우정당의 당선을 막자고 외쳤어요. 결과는 18:82. 극우정당은 1차 투표에서 얻은 표와 거의 똑같은 표만을 얻고 처참하게 물러났습니다. 그리고 거리에 잠시 넘실대던 인종차별의 감정은 일순간 종적을 감추었죠.

Chaeg: 정치적 결정이 개인의 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네요.
개인의 관계는 결국 부모 자식이든 동료든 친구든 상사와 부하직원이든 고용주와 노동자의 관계든, 모든 사회적 관계로 구분 지을 수 있어요. 각각의 개인은 나를 둘러싼 모든 사람과 무수한 개별적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갈등을 겪거나 혹은 위안을 얻기도 하죠. 사회적 투쟁을 통해 그 사회 전체가 한 뼘 더 수평적인 세상이 되고, 한 뼘 더 약자에게 너그러운 세상이 되면, 각자의 개별적 관계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명박, 박근혜의 야만시대 속에서 우린 유독 심각한 차별과 혐오와 갈등을 겪었어요. 수직적 질서와 힘의 논리, 야만적 본성이 승리하던 사회적 분위기가 모두를 그렇게 몰고 갔다고 봅니다. 지금 촛불을 든 시민들이 승리해야, 각자 삶의 공동체 속에서도 민주주의와 인본주의, 정의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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