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내 삶의 마지막 모습을 그리는 일,
저자 허대석

에디터: 김선주
사진: 신형덕

만일 자신이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환자라면, 어떤 치료를 해서라도 단 몇 개월이라도 살날을 연장할 것인가, 아니면 그저 남은 시간을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는 데 쓸 것인가. 생에 관한 열망은 누구나 있겠지만, 마지막 생을 고통스럽게 보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올 초 2월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자기 뜻에 따라 삶의 마지막 모습을 결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어떻게 죽음을 맞을 것인가, 삶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서울대학교병원 허대석 교수의 책 『우리의 죽음이 삶이 되려면』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 기꺼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최근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굉장히 늦었죠. 서양에서는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에 정리가 됐는데, 우리는 논의가 시작된 것에 비해 너무 늦었어요. 예전엔 매장이나 화장 같은 장례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는 어떤 모습으로 죽는 게 적절한가 하는 임종 문화로 관심이 넘어오면서 많이 논의된 것 같아요. 고령화도 고령화지만, 1년에 28만 명이 죽고 있는 만큼 누구든 자신 혹은 주변의 죽음 문제에 부딪히지 않을 수 없어요. 생의 마지막 시기를 우리가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규범을 만드는 것은 기술이 아닌 가치의 측면이 커요. 이번 법의 기본 취지도 인간으로서 어떤 모습을 마지막까지 가져가는 게 적절한지 규범을 정리하는 측면이지, 인공호흡기구를 떼고 말고의 기술적 측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사회적 담론을 거쳐 우리 사회에 맞는 모습을 합의해가야죠. 법이 아니라 ‘가치’ 중심으로요.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하지 않을 수 있게 됐지만, 사실 어디까지가 무의미한 것인지 알기 어려워요.
의미가 있다 없다는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요. 의사와 환자의 생각이 다르고, 환자와 가족의 생각이 다르고, 가족 구성원끼리도 생각이 다를 수 있어요. ‘무의미’라는 건 가치적 판단이잖아요. 미국은 이를 가치관의 문제로 바라보고 자기결정권으로 답을 찾았어요. 환자 본인의 가치를 통해 결정하는 거죠. 그래서 반드시 본인이 문서를 써야 하고요. 반면 유럽이나 일본 쪽은 보편적 가치를 통해 결정해요. 자기결정권이 항상 최선인가 하면 그게 아닐 때도 분명 있거든요. 자살을 정당화할 수도 있고요. 임종에 다다른 환자는 판단이 흐려질 수밖에 없고, 의료기술에 대해 이해하기도 어려워요. 그래서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가를 의료진과 가족이 결정해요. 우리나라는 미국의 초기 자기결정권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시대가 변하면서 잘 맞지 않는 부분이 있어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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