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한국’이라는 특별한 나라, 마틴 프로스트

에디터: 박소정
사진: 김종우

마틴 프로스트에게 한국은 특별한 나라 그 이상이다. 그녀는 파리 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장으로 30년 가까이 일하며, 유럽 내 한국 전문가로 통했다. 1992년에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에 근무하면서 프랑스 도서관에 보관 중인 우리나라 외규장각 의궤를 돌려받는 데 큰 힘이 되고 우리나라를 프랑스에 알리는 데 앞장선 공로로 한국 국적을 부여받기도 했다. 은퇴한 그녀는 현재 한국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다. 일평생 한국을 연구하고 한국의 미를 알린 마틴 프로스트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한국과의 인연이 40년이 넘으셨는데, 한국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프랑스 대학에서 일어학을 전공한 뒤, 1973년부터 2년 반 정도 도쿄 대학에서 공부를 하게 됐어요. 그런데 이상하리만큼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한 이야기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 말을 아끼는 한국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유학이 끝난 뒤 바로 한국으로 여행을 왔어요. 2주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는데, 한국은 처음부터 인상 깊었어요. 한국이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던 때였는데, 저는 오히려 아직 발달하지 않고 남아 있는 한국의 옛 풍경이라던가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즐겁게 사는 모습이 좋더라고요. 이런 것들이 인상 깊어 이후 하버드 대학에서 일본학을 공부하면서 동시에 한국어 공부도 시작했죠.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살피면 어떤 점이 변한 것 같나요?
외적으로는 건축이 많이 변한 게 느껴지죠. 1970년대만 해도 고층빌딩이 없었고, 한강을 건너던 다리도 몇 개 없어서 배를 타고 건너기도 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고층빌딩이 너무나 많이 들어서고,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도 많아졌어요. 많이 변해서 아쉬움도 남지만, 아직 개발되지 않고 남은 몇몇 곳들을 보며 위안을 느끼죠. 내적으로는 사람들이 예전보다 훨씬 외모에 신경을 쓴다는 게 느껴져요. 이전에는 그래도 외모보다는 마음씨를 우선으로 하는 문화가 강했는데, 점점 외모 중심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취업에 외모가 중요하다고 해서 성형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한국이란 나라를 오랫동안 연구하셨는데, 한국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한국에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결심한 데에는 한국의 미(美)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어요. 중국이 화려한 미를 자랑한다면, 일본은 굉장히 섬세한 미를 느낄 수 있죠. 모두 아름답지만 저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미를 가장 좋아해요. 무엇보다 어떤 것이든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더불어 한국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활기도 큰 매력 중 하나죠. ‘기분파’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런 활력이 마음에 들어요.

한국 문화의 단점을 꼽으면 무엇이 있을까요?
프랑스는 개인주의가 강해서 유행을 따라가는 경우가 별로 없어요. 오히려 개성을 중시해서 다르게 보이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유행을 좇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물론, 유행을 좇건 개성을 좇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옳거나 그름을 말할 수는 없죠. 한국은 역사적으로 볼 때 공동체 문화에 익숙해서 서로 비슷하게 따라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남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1년만 지나도 유행이 지나 못 입는 옷들이 생겨나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는데, 다양성 측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한국의 문화를 잘 나타내는 한국어는 무엇이 있나요?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표현을 좋아하는데, 이 표현이 한국의 정서를 잘 반영해주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예의를 중요시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성격이 짙잖아요. 실제 대화를 할 때 더 예를 갖추고, 좋은 표현을 쓰면 상대방에게도 좋은 반응이 오는 것을 경험했어요. 프랑스의 경우 대화할 때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문화가 강해서 상대방이 당황하거나 감정이 상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말을 할 때 늘 표현을 신중히 고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불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어렵거나 애매한 표현은 없나요?
예전에 한국에서 기차를 탔을 때 한 자리가 비어 있길래 ‘자리가 있냐’고 한국어로 물었어요. 상대방이 ‘자리가 있다’고 하길래 바로 앉았거든요. 그런데 그분이 당황하면서 다른 사람의 자리라고 설명해주더라고요. 프랑스에서는 ‘자리가 있다(il y a de la place)’는 표현이 자리가 비어 있으니 앉아도 좋다는 뜻으로 쓰이거든요. 그때 처음으로 한국에서는 ‘자리가 있다’는 표현이 불어와 반대라는 것을 알게 됐죠. 이런 것은 경험을 통해서 배워야 확실히 알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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