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 : Art 책 속 이야기 예술

환상을 파괴하는 환상적인 그림,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글: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지은경
전시장 사진 제공: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사진제공: 노르트브라반트 미술관 © Het Noordbrabants Museum, 프라도 미술관 © Museo Del Prado

예술가가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는 것은 생각처럼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다.
시대를 감싸는 분위기와 생각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작가의 머릿속 환상의 세계와 결합해야 한다. 즉 작가는 예술 작업을 통해 시대를 말하며 동시대인의 공감을 얻어내고 다음 세대가 간과했던 많은 것을 짚어준다. 지금 유럽은 네덜란드의 거장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에 대한 새로운 해석들로 매우 뜨겁다.
그동안 우리가 알아왔던, 그리고 동경해왔던 그의 환상의 그림들이 그의 사망 이후 500년이 지난 지금에야 베일을 벗는다.

네덜란드 중세 후기의 대표적인 화가로 추앙받았던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온갖 괴물들의 형태들과 악마, 천사와 성인들로 화판 위를 채웠다. 그의 이러한 환상과 환각, 독특한 형태의 괴물들과 악몽들로 가득한 작업의 주요 주제는 유혹과 죄, 그리고 심판이었다. 1500년경, 중세와 르네상스 사이의 변화 속에서 그가 만들어낸 드로잉과 페인팅 작품들은 그가 살았던 시대에 흐르던 개인주의 사상과 그를 둘러싼 주변, 그리고 창조자의 관계를 신비스럽게 반영하고 있다. 보스는 동시대의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풍경을 그의 작품에서 보여줌으로써 공상가로 간주되곤 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그의 사망 이후, 정확히 500년이 흐른 오늘날, 예술가 보스가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그 새로운 해석을 통해 우리는 그가 시대를 가장 잘 반영하는 사람이자 그의 예술 세계가 당시 사회에 널리 알려졌고, 또한 깊이 이해되었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예술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세계적인 거장이자 세대와 세대, 시간과 시간을 넘어 오늘날의 예술가들에게 엄청난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존재로 다시 한 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히에로니무스 보스, 우리는 그에 관해 아주 약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런 좁은 지식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해, 그리고 그의 작품들이 얼마나 많이 회자되고 거론되어오는지를 생각해본다면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보스의 이름은 네덜란드 국립 아카이브에 겨우 몇 번 언급되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그에 관한 어떠한 문서나 일기도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초상화 하나만이 존재한다. 이러한 미비한 기록들과 약 25점의 작품들만으로도 그에 관한 신비로운 상상은 전설의 세계를 가득 채운다. 악몽의 장면들을 그리는 이 화가는 이단, 공상가, 연금술사로 불렸다.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를 사람이 아닌 기이한 존재로 바라보았고 혹자는 그를 일컬어 정신분열자이며 그의 작품들은 약물 사용의 영향으로 빚은 결과물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오늘날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점점 더 정밀해지고 있다. 보스는 아마도 그가 살았던 사회의 융화된 저명한 일원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이는 우리가 그동안 상상해오던 고립된 천재 예술가보다 훨씬 더 강한 흥미를 유발한다. 그는 1450년경 헤르토겐보스(Hertogenbosch)라는 화가들을 많이 배출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살았던 동네의 큰 장터는 지역사회의 중심지로 항상 갖가지 활동들로 분주한 곳이었다. 이른 아침 성문이 열리면 시장은 농부들과 그들이 가지고 온 치즈와 채소, 과일, 닭들과 토끼들, 가금류가 가득한 마차들로 채워졌다. 이는 우리가 그의 그림들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다채로운 색상의 무리였을 것이 분명하다. 중세는 르네상스 시대에 비해 확실히 어두운 시대로 묘사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그림은 우리가 상상하는 시대와 확실히 크게 어긋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보스가 살았던 시대는 우리가 기대하고 추측하는 것 이상으로 현대 사회와의 많은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의 작업 방식 또한 현대 예술가들과 비교되기도 한다. 확실히 보스는 어두운 다락방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는 외로운 화가는 아니었다. 그의 화실은 프로덕션 단위로 매우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각 스튜디오에는 숙련된 기능을 지닌 조수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물감과 안료들이 잘 준비되어 있었고 접착제들과 수제 붓들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러한 활발한 벌집 구조의 체계화된 화실에서 진정한 마스터의 손길이 담긴 붓 터치로 이루어진 작품들이 나온다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보스는 아마도 작품의 방향과 스토리, 스타일을 결정하고 그의 조수들이 붓을 들고 직접 그림을 그렸을 것이다. 따라서 보스의 그림들은 그의 서명이 들어간 브랜드의 상품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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