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 특별기획

자연과 인간, 그리고 책이 하나되는 쉼터
리유안 도서관 The Liyuan Library

에디터: 지은경,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리 샤오동 © Li Xiaodong
www.lixiaodong.net

자연으로의 회귀를 바라는 인간의 바람은 어쩌면 가장 오래된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건강함을 닮고 그 속에서 강해지고 위안받으며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 같지만, 자연은 인간이 바라는 것만을 내어주지는 않는다. 아름답고 멋진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불편과 육체적 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의 리유안 도서관은 자연과의 경쟁이 아닌 공존의 구도에서 자연을 연구하여 인간과 자연 모두를 위한 편리함을 모색한다. 그리고 자연과 문명을 향한 미래의 올바른 선택을 제안한다.

자연 속에 묻힌 도서관
리유안 도서관은 중국 화이러우의 작은 시골 마을에 있는 소박한 도서관이다. 화이러우는 복잡한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서 차를 타고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한적한 시골 산골짜기에 자리해 있는 이 작고 현대적인 도서관은 독서를 위한 최상의 열람실, 즉 따뜻하고 조용하며 편안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건축가는 자연경관과 특성을 살려 그것을 감상하고 사색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였다. 도서관의 건물은 마을에서 기분 좋게 산책할 수 있는 5분 거리에 터를 잡았고 멋진 산과 계곡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연환경은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 독서가들의 마음과 생각을 깨끗하게 정화해주는 작용을 한다.
압도적인 자연경관 때문인지, 도서관 건물은 상대적으로 작고 소박해 보인다. 이는 자연의 위대함과 경쟁을 시도하지 않은 건축가의 마음이 깊게 반영된 것이다. 도서관 건물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건축 재료가 세심하게 선별되었고 건물의 규모와 구조 또한 섬세하게 디자인되었다. 건물은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마을의 각 집에 쌓인 채 방치된 얇은 나뭇가지들을 가져다가 같은 길이와 두께로 다듬어 사용했다. 이 나무들은 마을 사람들이 불을 지피고 음식을 하기 위해 모아두거나 하는 땔감이었다. 건축가는 이 흔하고도 특별하지조차 않은 재료로 건물의 외벽을 싸는 매우 특별한 방식을 고안해냈다. 그리고 이 특별한 아이디어는 자연 속에 묻힌 작은 도서관이 가진 섬세함을 극대화하기에 충분했다. 도서관의 모든 건축자재는 주워 모은 나뭇가지들과 유리, 철강으로만 이루어진, 즉 100%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들이다. 또한 나뭇가지들은 인공적인 코팅처리가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으로 되어 있어 수많은 새가 찾아와 쉬어 가거나 이곳에 둥지를 튼다. 즉 리유안 도서관은 자연의 진화 과정에 위배되지 않고 순수함 그 자체로 숲에 머물 수 있는 것이다.

기술과 예술의 조화
소박하고 겸손한 외형에 비해 도서관의 내부는 특별하게 디자인되었다. 열람실은 계단을 통해 책장들이 올라가고 낮은 높이의 레벨들이 형성되어 서로 분리되었지만 하나의 공간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도서관의 전형적인 구조를 탈피한 신개념의 공간 디자인으로 재미와 예술적인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작은 창과 얇은 나뭇가지 틈을 통해 보이는 도서관 주변의 풍경은 마치 이곳이 도서관이 아닌 산속의 쉼터나 산장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나뭇가지들은 강한 햇빛을 막는 천연 블라인드 역할을 함과 동시에 빛을 공간 내부에 균등하게 확산하여 밝고도 아늑한 독서 환경을 조성한다.

설계적으로 봤을 때 도서관이 가진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은 외부의 신선한 공기가 공간 내부와 소통하는 매우 영리한 환기 시스템이다. 여름철은 시냇가의 표면에 머무는 시원한 공기가 열람실에 머물던 더운 공기를 위로 떠밀며 공간 내부로 스며든다. 떠오른 더운 공기는 천장에 설계된 창을 통해 외부로 모두 방출된다. 또한 산 주변을 맴도는 산들바람은 도서관의 출입구와 창을 통해 들어온다. 이러한 천연 환기 시스템은 물 가까이에 위치한 낮은 지형이기에 가능하다. 겨울에는 이중 유리창이 단열재 역할을 해주며 태양빛을 받아들여 온기를 실내에 머물게 한다. 따라서 화창한 겨울날은 아주 약간의 전기만으로도 따뜻한 열람실의 공기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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