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보리를 닮은 사람들,
보리출판사 기획실 살림꾼 대표 김용란

에디터: 유대란, 사진: 김종우

이오덕 선생의 노랫말이 울려 퍼지는 파주의 한 출판사 실내에서 난생처음 수리부엉이의 귀여운 똥을 보고 신났고, 그 안에 섞인 다른 조류의 흔적을 보고 놀랐다. 그것은 작고 투명한 전시대에 진열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그것을 일일이 분해해서 부엉이의 먹이가 된 꿩의 골격을 조합해 낸 열의였다. 보리출판사 사옥은 거기서 만들어지는 아름다운 책만큼이나 감탄을 연발하게 했다. 보리출판사의 창립멤버이자 기획실 살림꾼 대표 김용란을 만났다. 그녀의 말대로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목숨붙이’들이다. 그것이 당연한데, 당연해서 그런지 자꾸 잊는다. 그럴 때 보리출판사의 도감과 국어사전을 자신에게 처방하며 보리의 책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나보다 훨씬 나은 어른이 되겠구나, 걔들은 더불어 사는 삶이 뭔지 좀 알겠구나 싶어서 희망과 질투심을 느낀다.
Chaeg: 세밀화 도감, 사전은 만드는 데 시간과 비용, 노력이 곱절로 드는 책들이죠. 보리에서 이런 책들을 계속 펴내는 동기는 무엇인지요?
보리는 보리기획실로부터 출발했는데, 교육출판사로 깃발을 꽂았다고 할 수 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더불어 살 수 있도록 공동체 교육을 하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얼까 생각해봤는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자연을 떠나서 살 수 없는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도시 문명에 갇혀 살고 있잖아요. 아이들이 자연으로 나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는 책이 도감이라고 생각했어요. 기초 언어 공부의 시작이 사전이고요. 국어사전의 경우는 7년 정도 작업을 했고, 세밀화 도감은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펴냈습니다.
Chaeg: 보리기획실로 출발했다는 말씀은 무슨 의미인지요? 요즘의 임프린트 같은 개념인가요?
윤구병 선생께서 그림책을 기획하는 작은 회사를 차리신 거죠.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아이들이 나은 세상을 연다는 정신이 출발이었고, 좋은 어린이 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보리 기획을 여셨어요. 처음에 만드신 『어린이마을』 전집이 있어요. 1월부터 12월까지, 전국도별, 철별로 식물과 동물을 담은 책이에요. 여기서 좀 더 심화된 내용과 언어를 담아서 어머니들을 위한 책도 같이 나왔고요. 『개똥이네 놀이터』와 『개똥이네 집』이 그런 것처럼요. 기획실에서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것까지 맡으면 판매는 웅진에서 맡아줬어요. 출판권과 저작권이 나뉘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출판사를 차려서 영업이나 판매까지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책을 만드는 데만 전념했던 거고, 기획실에서 책을 만들면 웅진에서 잘 팔아주었고, 굉장히 매출이 많았어요. 거기서 남은 수익을 갖고 출판사를 연 거예요. 출판사를 열면서도 경쟁하지 말고, 빈 고리를 메우자고 했고, 수익은 일하는 사람들이 먹고살 수 있는 만큼 가져가고 나머지를 다시 좋은 책을 만드는 데 쓰자고 결의했어요. 그게 굉장히 고마운 자금이 되어줘서 이런 세밀화 도감을 시작하는 게 가능했던 거예요. 이것이 저희 같은 작은 출판사에서 비용, 인력, 기간이 많이 드는 세밀화 도감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입니다.
Chaeg: 보리의 첫 세밀화 도감은 무엇인지요?
윤구병 선생께선 도감을 만들기 전부터 세밀화에 대한 생각을 하고 계셨고 시도를 하셨어요. 동식물, 사회, 생태에 관한 정보를 이야기로 엮은 올챙이 그림책과 달팽이 과학동화를 만드셨을 때부터 세밀화와 함께 심화된 정보를 담았거든요. 이것이 보리출판사 세밀화의 시작인 셈이죠. 이태수 작가를 만나게 된 계기이기도 해요. 이태수 선생, 권혁도 선생, 이재호 선생, 정태련 선생, 윤보원 선생이 달팽이 과학동화의 1기 화가들이시죠.
도감을 본격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관공서, 대형출판사, 대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이런 책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고, 우리 생명체를 기록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설득했어요. 그런데 다 거절당했어요. 그래서 자체적으로 작업했는데 IMF가 터져버렸어요. 그간의 성과를 모으고 책으로 만들어서 위기를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진 게 보리 식물도감, 동물도감입니다. 그런데 참 어려웠어요. 달팽이 과학동화 심화학습을 만들 때도 우리나라 생태 자료가 없어서 일본 자료나 서양의 자료를 찾을 수밖에 없었어요. 우리나라 생물에 대해서 그려놓은 건 전혀 없었고, 사진 자료도 미약했어요. 그래서 세밀화가분들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취재를 했고, 우리나라 땅에 사는 생명체와 교과서에서 다뤄진 것들을 중심으로 항목을 뽑아냈어요. 그렇게 해서 1기 화가분들이 모여서 집대성한 것이 동식물 도감입니다. 또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하고, 항상 화가, 편집자가 같이 공부하고 큰다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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