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of Life : 삶의 아틀라스

Flowers of the Moon by Sebastian Schutyser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 © Sebastian Schutyser
www.sebastianschutyser.com

“나는 신을 자연이라고 쓸 때만 믿는다.”—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아프리카의 중심부, 이곳은 콩고와 우간다의 경계에 있는 르웬조리 산맥이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적도이지만 해발 5,000m의 높은 산봉우리는 만년설을 간직한다. 눈 덮인 봉우리는 까만 밤에도 환한 달빛을 내려받아 새하얗게 빛을 발한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 산맥의 눈을 나일 강의 원천으로 믿었다. 르웬조리 산맥의 산세는 매우 험난해서 사람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그것이 이 산이 신비로운 자연을 간직하게 해준 이유이기도 하다. 이곳은 지상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거대한 식물군들로 가득하다. 바람결에 낙엽들이 나부끼는 동안 거대한 세네키오와 로벨리아는 망령에 휩싸인 듯, 안개로부터 거대한 골격의 실루엣을 서서히 드러낸다. 이곳은 식물의 영혼들이 군림하는 세상인 것이다. 르웬조리 산맥에 서식하는 식물들은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는 화초들이다. 그러나 산맥에서 살아남은 식물들의 크기는 참으로 거대하다. 이는 적도 위 해발 5,000m라는 지형이 가져온 마술이다. 적도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한낮은 무더운 여름이 되고, 밤이 찾아오면 높은 산봉우리를 스치는 차가운 바람으로 한겨울이 된다. 즉 이곳의 식물들은 하룻동안 사계절을 겪고 있는 것이다. 이상한 방식으로 나이를 먹은 식물들은 거대한 잎사귀를 사방에 드리운다.
사진작가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달의 산맥에서 자라난 이 신기한 식물들을 하얀 꽃으로 묘사하기 위해 적외선 필름을 카메라 속에 장착했다. 햇빛을 받아 엽록소 작용을 하는 푸른 잎사귀들은 하얀색으로 변해 사방을 비춘다. 마치 태곳적부터 축적된 환한 달빛을 머금은 하얀 꽃들처럼.
Mount Baker 베이커 산맥
르웬조리 산맥의 신화들은 사실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환상적이지만, 동화 속 상상의 나라처럼 허무맹랑하지는 않다. 환경이 점진적으로 파괴되고 이익을 챙기려 몰려드는 문명의 세계에서 순수한 그 형상들은 더욱 돋보이기 마련이다. 이 거대한 산맥은 천만년 동안 고정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바위들 구석구석에 시선을 던지고 눈으로 산세를 어루만질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그 일시적인 지나침에 대한 바위산의 무관심은 영원할 것처럼 여겨진다.
Bujuku River 부주쿠 강
무공해한 세상, 거대한 꽃들로 가득한 순수한 땅, 그리고 그 위를 떠도는 짙은 안개는 고독한 산책자를 환대하지 않는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인류의 기술이 험난한 산을 이기는 날이 오면 물밀듯 밀려드는 인파 속에서 이 순수하고도 비밀스러운 땅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Speke Lake 스피크 호수
흑백 적외선 촬영의 선택은 몽롱한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낯선 시각을 창조한다. 달의 산맥에서 피어나는 달의 꽃들은 오랜 세월 동안 축적한 빛을 뿜어내는 것만 같다.
Dense vegetation near Bigo bog 비고보그 근처에 밀집한 식물
아프리카 달의 산맥의 신비로운 여명 위에서, 혹은 아프로알파인(아프리카의 고산지대)의 습성 위에서 식물들이 스스로 집결한다. 이 장소가 지닌 영혼을 목격하기를 원한다면 굳건한 탐험 정신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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