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Books: 책과 함께 사는 삶

일탈을 꿈꾸는 공간,
Haffenden House

에디터: 박소정
자료제공: PARA-Project

“너희는 지금 엔트로피 법칙에 역행하고 있어.”

고등학교 수업시간 난데없이 선생님이 외친 말이다. 과학 수업이 아닌 문학 수업에 들었던 말이라 더욱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어떤 조직이든지 무질서 정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다. 비좁은 교실에 모여 종일 병든 닭처럼 수업만 듣는 우리는 확실히 이 자연의 법칙 반대로 가는 것 같았다. 당시 무질서의 기준은 매우 낮고도 가혹했다. 0교시까지 등교할 것, 머리는 어깨를 넘지 말 것, 양말을 흰색만 신을 것 등 이런 규칙을 넘는 것은 모두 일탈로 규정됐다. 조금 더 자유로운 성인이 된 후에도 일탈에 대한 갈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밥벌이를 하고, 관계를 유지하고, 사회적 체면을 구기지 않아야 하는 성인사회의 울타리에서 오히려 갈망은 늘어났다.

미국 시러큐스의 한 주택가에 있는 Haffenden House는 책을 통해 일탈을 꿈꾸는 공간이다. 두 명의 시인이 자신의 집 앞 차고지를 서재 용도로 개조해 만든 독립된 건물이다. 두 건물은 2층의 통로로만 이어졌는데, 이는 집주인이 복잡한 일상이 숨 쉬는 ‘집’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책을 통해 쉬고, 영감을 얻기 위한 독립된 공간을 원했기 때문이다. 건물은 평범한 직사각형 형태를 띠지만, 측면에서 바라보면 건물의 앞쪽과 뒤쪽만 높게 만들어 천장이 거꾸로 된 아치 모양의 형태를 띤다. 아치형 천장은 책장을 직사광선으로부터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건물의 외부를 둘러보면 하얀 천으로 작은 창문들을 덮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 천은 반투명 실리콘이 첨가된 특수한 천으로 비슷한 외관을 가진 주택 가운데 이 집을 단연 돋보이게 해준다. 또한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실내를 은은하게 비추어 적당한 조도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건물 뒤편에 난 커다란 통유리창에는 흰 커튼이 쳐져 있는데, 이 커튼을 걷으면 그 사이로 벽 쪽에 서재와 바닥에 빌트인된 욕조가 보인다. 따뜻한 물이 채워진 욕조에서 책과 함께 한다면, 지상낙원이 따로 있을까 싶다.

PARA Project
346 Morgan Ave, Brooklyn NY 11211
www.para-project.org / +1-617-650-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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