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but New: 오래된 그러나 새로운

‘하면 되던’ 시절이 있었다,
『새마을 소득증대 표준영농교본』

에디터:유대란, 사진:신형덕

아버지 세대와 자식 세대 사이를 가로 지르는 강이 있다면 그 강의 이름은 ‘하면 된다’쯤이 아닐까. 전쟁을 기억하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이후 한국의 근대화를 몸소 체험한 아버지에게 세상의 모든 것은 하면 되고 노력하면 얻을 수 있는 것이지만, 막 누리려던 호황을 IMF에 박탈당했다고 여기는 자식 세대에 ‘하면 된다’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말이다. ‘안 된다’라는 부정적인 태도를 넘어 ‘된다’의 목적어조차 종잡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세대에겐 그 목적이 비교적 분명했다. 빈곤 퇴치. ‘하면 된다’를 풀어쓴다면 ‘(무엇이든) 하면 빈곤 탈출을 할 수 있다’였고, ‘잘살아보세’의 잘사는 삶의 기준은 끼니 걱정 없는 삶이었다. 그것은 새마을운동의 기치였다. 1970년대 벌어진 새마을운동은 한국 근대사에서 빠질 수 없는 사건이자,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의 사고를 지배하게 된 중요한 경험이었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 가뭄 피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된 지방장관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근면, 자조, 자립정신을 바탕으로 한 사업을 제창한 데에서 시작되었다. 농촌 근대화가 일차적인 목표였지만, 1960년대부터 급격한 도시화가 이루어지며 농촌의 인구가 도시로 빠져나가고 공업과 서비스 부문이 급속히 팽창한 데 반해 농업 부문의 비중과 농촌의 지위가 하락하면서 발생한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목적도 있었다. 이때 농촌 재건과 농가의 소득 증대를 위해 건설부와 농촌진흥청은 영농 및 기술 교본을 발간해서 보급했다.
『새마을 소득증대 표준영농교본』은 1970년대 농촌진흥청이 발간한 교본 시리즈다. 이 시리즈는 감자, 고구마, 콩, 사과, 밀, 약초, 버섯 등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술을 알려주고 위생, 병충해, 경영개선, 기계화 영농, 개간 영농, 성공 사례 등 영농사업에 관련한 지식을 포괄했다. 1968년 제정된 국민교육헌장이 책의 첫 장이다. 이어 머리말에서 교본 발간의 목적과 쓰임새를 밝히고 새마을운동의 근면, 자조, 자립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1974년에 발간된 ‘약초 재배’편의 머리말에서 발췌한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든 마을에서는 근면, 자조, 협동을 바탕으로 한 새마을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읍니다. 새마을운동은 대통령 각하께서 유시하신 바와 같이 곧 “잘살기 운동”이며 나 하나만이 아니고 마을 전체 그리고 국민 모두가 잘살자는 운동입니다. 그러므로 이 운동은 국민식량의 자급과 80년대 농가소득 140만 원 달성에 직결되도록 유도될 때에 더욱 효과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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