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인터뷰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 그 사람이 작가일 때

에디터 현희진 사진 조성현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김겨울의 강연이나 팬미팅 현장에서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있다고 한다. 강연 시작 전, 그가마이크를 잡기 기다리는 모든 사람이 책을 읽고 있다는…. 한두명쯤 휴대폰을 볼 만도 한데 강연 공간은 도서관에 온 마냥 고요하다고. 북튜브 ‘겨울서점’의 운영자 김겨울은 이전에 없던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혼자 읽고 좋아하는 게 전부였던 독자들은 ‘겨울서점’이라는 유튜브 속 가상의 공간으로 몰려들어 책덕후 마을을 형성했다. 읽기보다 보기가 익숙했던 사람들도 하나둘 그곳으로 들어오며 마을 인구는 어느새 13만이 훌쩍 넘었다. 김겨울은 이 마을의 이장님쯤 될 것이다. 섬네일 속 이장님 댁 책장이 탐나 보여 클릭. 똑 부러지는 목소리에 반해 구독. 이번 달에는 이장님이 어떤 책을 읽으시려나 궁금해서 좋아요. 이런 책도 같이 읽으면 좋다고 마을 사람들끼리 오며 가며 댓글. 물론 이장님이라고 하기에 그의 곱슬곱슬한 긴 머리가 너무 헤르미온느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헤르미온느 같은 성실함과 반짝임으로 지금까지 온 김겨울은 이게 다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북튜버가, 세 권의 책을 쓴 작가가, 라디오 DJ가 되어있었다고. 그런 김겨울이 이번엔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구독하는 잡지의 인터뷰어가 되어있었다. 여러 직업을 가진 김겨울이지만, 그가 하는 일은 한 단어로 정리할 수 있다. ‘영업’. 김겨울이 사랑하는 책을 마음껏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그걸 장바구니에 넣는다. 이걸 ‘영업 성공’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어질 김겨울의 인터뷰 시리즈 ‘겨울의 거울’은 김겨울이 사랑하는 책과 사람을 비추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본격적으로 영업 당하기 전에, Chaeg의 거울로 김겨울을 비추어 보았다.
Q.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통해 책을 소개할 때도 있고, 작가를 소개할 때도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가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책은 물건이고, 작가는 사람이니까요. A. 책이 훨씬 쉽죠. 한 권만 읽으면 되니까요. (웃음) 작가를 소개하려면 적어도 그 작가가 쓴 책을 세 권 이상은 읽어야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생겨요. 인터뷰도 많이 찾아보고요.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품도 많이 들어가지만 더 재미있어요. 사실 채널 운영 초반에는 제가 어떤 작가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건 상관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 영상이 작가님께 전달 될 가능성이 높아지다 보니 이야기할 때 조심스러워졌어요.
Q. 특히 국내 작가 소개하실 때 부담이 클 것 같아요. A. 채널이 커지면서 초반 영상에서 했던 이야기가 신경 쓰이기도 했어요. 혹시라도 기분이 나쁘시지는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고요. 작가님들 만날 기회도 많아지다 보니 이제는 한 마디 한 마디 더 고민해요.
Q. 좋아하는 작가를 한 명만 고른다면요. A. 영상에서도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테드 창Ted Chiang이죠. 저는 한 번만 저녁을 같이 먹어보고 싶어요. 테드 창 소설을 번역하신 김상훈 번역가님께는 메일을 받았었거든요. 제가『숨』을 읽고 리뷰했던 영상 링크를 테드 창에게 보내셨다고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신작이 나오면 인터뷰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진심으로 좋아하면 닿기 마련이니까요. “테드 창의 책에서 짜릿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상상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외계인이 아무 예고 없이 지구에 왔을 때 그들과 의사소통하는 인간의 능력을 믿고, 믿음을 잃은이에게는 믿음의 상실 자체가 최고의 저주일 수도 있음을 말하고, 초월을 향해가는 인간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한다.그러나 이메시지들은 결코 소설의 주제로 먼저 주어지지 않고, 서사로 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그리고 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것은 테드 창이 깔아놓은 톱니바퀴와도 같은 설정들이다. 소설을 읽고 있으면, 테드창은 자신이 무엇을 쓰는지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_『독서의 기쁨』 김겨울 지음, 초록비책공방
Q. 영상에서 본인을 20년 차 책덕후라고 소개하곤 합니다. 나 김겨울, 덕질 이렇게까지 해봤다! A. 고등학생 때 이동진 작가님을 정말 좋아했어요. 쓰시는 책은 당연히 다 샀고, 제가 라디오 듣는 걸 좋아해서 이동진 작가님이 DJ나 게스트로 나오시는 라디오도 챙겨 들었고요. 진행하시는 GVGuest Visit도 찾아다녔어요. 심지어 씨네 클래스도 수강했어요. 세 달 동안 여의도까지 가서… 히치콕에 대해서 공부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동진 작가님이 〈유희열의 라디오천국〉 고정 게스트로 있으실 때 mp3로 방송을 전부 녹음했어요. 그때는 팟캐스트도 없고 아무것도 없을 때거든요. 그 mp3 파일을 이동진 작가님께 메일로 보내드렸어요. 수능 준비한다고 바빠지면서 흐지부지됐지만 고맙다는 답장도 받았던 걸로 기억해요.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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