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그땐 그랬지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봄의 정원
“나는 이제 할아버지 안아주지 않을 거야. 할아버지한테서 할아버지 냄새난단 말이야.” 어린 손주 하나가 툭 내뱉은 말에 허허 웃어넘기긴 했어도 바로 그다음 날부터 향수를 사용하기 시작한 걸 보면 아버지에게 ‘할아버지 냄새’란 놈은 가볍게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그렇게 여느 할아버지가 된 아버지는 오늘도 “자, 할아버지가 한 번만 안아볼까?” 애걸복걸을 하고 어린 손주들은 깔깔거리며 도망가기 일쑤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나중에 내 아버지인 할아버지를 추억하겠지.
외할머니 댁은 서울이라 원두막이나 개울가에서 놀거나 하는 즐거운 추억거리는 없었다. 그래도 큰 마당이 있어 맘껏 뛰어놀 수 있었고 여름이면 나무 그늘 아래 평상을 내놓아 시원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외할머니 댁에 가기 전 마음에 걸리는 게 딱 두 가지 있었으니. 할머니가 더운 날에도 나를 꼭 끌어안고 주무신다는 것과 그게 답답해서 일어나 눈을 뜨면 내 시야에 들어오는 어둠 속 하얀 얼굴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자아이 모습의 히나인형(ひな人形)이 너무 무섭다는 것이었다.”
달강달-강 달강달-강 / 서울 집에 가다가- /
밤 한 송이 주워다가 / 부뚜-막에 묻었더니 /
머리 깜은 새앙쥐가 / 들락날락 다 까먹고 / 껍질만- 남았더라-
어느 날, 생각에 잠겨 파란 하늘을 보고 있었어요.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을 하늘의 구름처럼 흘려보내고 있을 때,
문득 돌아가신 엄마 아빠가 생각났어요.
여러분도 그럴 때가 있지요?
갑자기 엄마 아빠가 너무 보고 싶을 때 말이에요.
이제 다 커서 어른이 되었지만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늘 같은가 봐요.
그렇게 오랜만에 엄마, 아빠의 모습이 담긴
앨범을 꺼내 보았어요.
앨범 속에는 엄마가 살던 오래된 집,
개구쟁이 표정을 한 어릴 적 꼬마 엄마와 백구가 있었지요.
수줍어하는 까까머리 소년 아빠도 만날 수 있었고요.
저는 한참 동안 꼬마 엄마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림책 속 단이처럼요.
그러고는 잠깐 생각했어요.
‘만일 우리 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단이의 이야기는 파란 하늘을 보던 그날,
이렇게 태어나게 되었답니다. (후략)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