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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과 새것, 그 사이의 역사가 공존하는 공간,
쓰난 시 서점

에디터 서예람, 세바스티안 슈티제 Sebastian Schutyser
사진 © CreatAR Images

상하이 황푸Huangpu 지역 기반의 디자인 그룹 우토피아 랩Wutopia Lab은 최근 성 니콜라스 교회St. Nicholas church를 쓰난 시 서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 작업에서 교회 건물의 외관은 전혀 바뀌지 않았으며, 내부만 극적으로 변했다. 이 건물은 1932년에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러시아 정교 교회였지만 그동안 수많은 다른 공간으로 활용되었다. 세탁기 공장, 세탁소, 창고, 구내식당, 사무실, 주거 공간, 클럽…. 심지어 위층은 프렌치 레스토랑, 아래층은 스페인식 타파스 바였던 적도 있었다.

가오란Gaolan 거리에 위치한 이 책방은 상하이 역사적 건축물 보호처Shanghai Historic Building Protection Affairs Centre에 의해 1994년부터 보호되었다. 이 보호처의 지침에 따라 디자이너들은 남아있던 외벽, 골격, 층계 구성과 같은 전체 구조뿐만 아니라 기둥이나 마루 장식과 같은 주요한 내부 구성물에도 손을 댈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수년간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되며 건물에 덧붙여진 구조물이나 외벽 자재들 또한 가능한 한 제거해야 했기에, 디자이너들에게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이러한 제한조건 속에서 디자이너들은 철제 그리드를 착안하여 전체 구조를 일종의 ‘교회 안의 교회’처럼 만들었다. 내부 공간은 388㎡ 정도의 크기이며, 높게 치솟은 돔은 거의 10m에 달한
다. 철제 그리드는 전체 구조를 구성할 뿐만 아니라, 책장의 역할도 한다. 이는 오래된 교회 인테리어와 상호작용하여 건물 내부에 시 전문 서점 공간을 형성한다. 뒷면 없이 뻥 뚫려 있는 이 책장들을 통해 천장 돔에서부터 빛이 들어와 서점 전체에 퍼진다. 1932년부터 2019년까지 이 건물이 겪은 질곡의 세월이 벽에 남긴 많은 흔적들도 책장 사이로 희미하게 드러난다. 예를 들어, 이 건물이 레스토랑이었던 2000년대 초반 당시의 건물주가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의뢰했던 것으로 보이는 가톨릭 양식의 프레스코화도 발견된다. 철제 골격으로 이루어진 내부 서점과 견고한 외부 석조 교회는 옛것과 새것을 시적으로 연결한다.

Gaolan Road
Huangpu District
Shanghai
China

June20_Bookshop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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