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타자의 곁에서 발하는 진심 어린 빛,
소설가 조해진

에디터: 박중현
사진: 고남희

무언가 꾸준히 바라보며 어루만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곳에 닿는다. 관심을 드러내고 가치를 역설하며, 대상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영향을 끼친다. 심지어 나의 태도와 시선도 변한다. 과연 나의 방식은 옳은지, 오늘날 온당한지, 최선인지 등을 끊임없이 묻게 하기 때문이다. 어느덧 등단 16년 차, 타자에 대한 사려 깊은 고민과 시선을 꾸준히 관철해 ‘타자의 작가’라 불리는 소설가가 있다. 얼마 전 해외입양 문제와 기지촌 여성의 존재를 틔워 올린 장편소설 『단순한 진심』으로 돌아온 소설가 조해진. 이방인에 주목하는 작가적 시선은 여전하다. 그런데 타자로서 연루되는 소설 속 그들의 인연이 놀랍도록 따뜻한 진심을 그려낸다.

전작 『빛의 호위』로부터 약 2년 반 만의 신작입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책을 내고 나면 다소 허무와 두려움을 느끼는 편이에요. 이제는 제 손을 떠나잖아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설명될지, 또 소설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 닿을지 고민스럽죠. 이번 책이 나오기까지 그게 좀 강해서 슬럼프를 겪었어요. 물리적으로는 2017년 중순부터 민음사 포스트 연재와 함께 『단순한 진심』을 쓰고, 그 외 단편들을 연재하며 보냈죠. 제가 플롯을 중시해서 집필하는 데 시간이 좀 드는 편이에요. 원래는 좀 더 빨리 나올 수 있었는데, 사정상 조금 미뤄졌어요.

제목이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단순한 진심’이라니 역설적이기도 하고, ‘진심’에 대한 ‘단순하다’라는 형용이 낯설고 감각적으로 느껴졌어요.
제목은 제10회 여성인권영화제의 표제에서 따왔어요. 그리고 모태가 되었던 단편 「문주」에서와 달리 또 다른 입양아 ‘복희’와 그를 키운 ‘연희’ 등 인물 모두를 아우르는 이름을 고민했죠. 또 종종 입 밖에 내곤 하는데, 저는 ‘진심주의자’거든요.(웃음) 그런데 진심일수록 단순하고, 또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맞아요. 진심과 호소는 또 다르잖아요. 무조건 붙들고 엉엉 울거나 감정이 격렬해야 더 진실된 것도 아니고. 일시적인 순간이 아니라 태도로 유지하려면 더더욱 그런 것 같고요.
그렇죠. 저도 작품을 쓰면서 ‘진심으로 대하는 일’에 관해 많이 생각했어요. ‘태도’라는 말씀처럼 진심은 단지 어떤 대상에 향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기 마음가짐이기도 해요. 『단순한 진심』에서는 타인 간의 유대를 비롯해 생명을 대함에 있어서의 진심을 많이 그리려고 했어요. 그것은 단지 태어남이나 삶뿐만 아니라 죽음을 비롯한 떠남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죠. 주변에서 생명이 너무나도 쉽게 사라지잖아요.

언급하셨듯 『단순한 진심』은 2017년 소설집 『빛의 호위』에 실린 단편 「문주」에서 출발한 작품이에요. 작가님이 여기는 두 작품 사이의 관계는 어떤가요?
「문주」는 이름처럼 오롯이 주인공 문주의 상처와 뿌리 찾기에 집중됐던 작품이에요. 그야말로 문주의 이야기죠. 그런데 쓰고 나니 드러나지 못한 타인들의 이야기가 아쉬웠어요. 그중 문주가 한국에 머무르며 잠시 만났던 ‘복희식당’ 할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가장 컸죠. 그 간판을 내걸고 조용히 죽어간 그녀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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