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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세대 놀이법

에디터. 류정민 자료제공. HB PRESS

문밖을 나서는 순간 눈에 보이는 모든 게 장난감이고, 발만 디딜 수 있다면 전부 놀이터가 되던 어린 시절. 베란다 밖으로 동네 친구들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면 신발 대충 꺾어 신고 후다닥 뛰어나가 해질 무렵까지 놀다 들어오던 날. 좁고 높은 담벼락 위에서 아슬아슬 발을 바꿔가며 기어코 누가 더 오래 걷는지 대결하고, 나뭇가지로 살짝만 건드려도 동글동글 몸을 동그랗게 마는 콩 벌레를 관찰하거나, 마당 한가운데에 분필로 1, 2, 3, 4칸을 그려 사방치기를 하고,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소독차가 떴다 하면 너도나도 다 같이 소독차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지난날.
신기하게도 모든 놀이에는 구전동화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규칙이 있고, 분꽃의 꽃가루를 털어 밥으로 내거나 새빨간 꽃을 돌로 빻아 반찬으로 주면서 엄마 아빠 놀이를 할 때에도 나름의 체계와 역할이 있었다. 물론 그 질서와 체계가 동네마다 달라서 혼란스러운 날도 있었지만.
"베이비붐 세대와 그들의 자녀 세대들은 해가 뉘엿뉘엿 지거나 간식 먹으러 들어오라는 호출이 있을 때까지 바깥에서 놀며 지내던 여름의 긴 오후를 기분 좋게 기억한다. 그들은 야외에서 성장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만큼 실내보다 실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_루신다 고슬링, 「서문」 중"
"인형, 축구공, 줄넘기 줄이 길거리로 나왔지만, 장난감이라면 정말 가까운 주변에서도 구할 수 있었다. 막대기, 물웅덩이, 아지트 만들기용의 낡은 문, 버려진 자동차나 매트리스, 탄광 마을에서 나온 광재 더미, 엄청나게 쌓인 도로 쇄석, 기어오르기엔 아찔해 보이는 담장, 주인 잃은 벽돌공장 안의 축구장 등등, 아이들은 기회가 닿는 대로 놀잇거리를 찾아서 적응해 나갔다. 2차 세계대전의 여파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폭격지의 잔해와 폐허 근처에 얼씬도 말라는 부모님의 충고를 들었지만, 이런곳은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강하게 유혹하곤 했다."
60~70년대 영국 아이들의 노는 방법도 천진난만한 얼굴만큼 다양하다. 자기 키보다 긴 마대를 높이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신나고, 막대기와 판자로 창과 방패, 화살을 만들기도 한다. 공 하나, 줄 하나만 있어도 놀거리는 무궁무진하다. 차가 다니지 않는 도로에서 공 하나만으로 왁자지껄 공놀이를 하거나, 전봇대나 가로수 꼭대기에 밧줄을 묶어 그네와 놀이기구를 만든다. 때론 줄을 휘두르며 단체 줄넘기도 하는데 줄을 잡아줄 친구가 없어도 문제없다. 아기 유모차에다가 걸고 가로등에 묶은 채 혼자 줄을 넘으면 되니 말이다. 맞지도 않는 엄마의 구두를 신고 가방까지 몰래 들고나와 담배를 물고 어른 흉내를 내본다. 공사장과 고철을 모아둔 공터는 위험한 만큼 환상적인 놀이터! 나무판자를 쪼개 무언가 만들기도 하고 산더미같이 쌓인 폐기물 위에도 올라가며 우당탕탕 정신없이 놀기 바쁘다. 도로 위 페인트 작업을 위해 세워 둔 안전 꼬깔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이들은 여전히 바깥에서 논다. 하지만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공간 안에서 성인들의 면밀한 관리하에 놀이가 이루어지는 것이 오늘날의 흔한 풍경이다."
1961년 로버트 오피와 이오나 오피는 그들의 앨범 〈옵저버the Observer〉에서 ‘아이들 게임의 은밀한 세계’라는 제목으로 “지금의 아이들이 우주 만화와 용돈에만 관심을 보인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누군가가 조직해 준 자유 시간을 갖는 아이들과 다르게 자기만의 방식을 갖고 자유롭게 노는 아이들은 끈기와 절제력을 키울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아이들은 더 많은 장비를 갖출수록, 자기 유희에 대한 전통적인 기술을 잃어버린다.”라는 주장을 펼쳤고, 두 사람의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이미지를 『바깥은 천국』의 대표 작가 로저메인이 제공했다.
나이키의 경쟁사는 다른 운동화 브랜드가 아니라 닌텐도라는 말이 있듯, 요즘 세대의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골목 놀이 사진이 가득한 이 책은 어떤 세대에겐 빛바랜 추억의 소중한 한 장면일 수도, 어떤 세대에겐 겪어보지 못한 놀이 중의 하나일 수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놀이문화는 존재하고, 세대에 따라 놀이문화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모래밭에서 뒹굴며 놀던 놀이터의 모습도 지금은 우레탄 바닥으로 바뀌었고, 키즈카페의 ‘모래놀이 존’에 가야 모래를 만져볼 수 있는 시대지만,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골목놀이가 유행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June23_Inside-Chaeg_01_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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