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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Luxury

에디터. 지은경 자료제공. Gestalten

문화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스타일에 정통하며 미래 지향적인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하는 출판물 『하이스노비티Highsnobiety』는 음악, 패션, 그리고 스타일의 교차로에 있는 문지기와 같은 역할을 한다. 책은 스트릿 웨어와 스니커즈가 럭셔리 패션으로 침투했을 뿐 아니라, 특정 소비계층이 집중적으로 향유하는 문화 그 자체가 된 과정을 요약하며 ‘뉴 럭셔리’라는 용어를 정의한 바 있다.
뉴 럭셔리는 옷 입기뿐 아니라 우리 삶의 새로운 지표가 된 모든 변화들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아트 컬렉터이자 큐레이터, 문화 평론가인 래리 월쉬Larry Warsh는 뉴 럭셔리가 문화와 산업에 미치는 과정과 그 영향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패션의 역사적 관련성을 어떻게 예상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것이 이 역동적인 믹스 컬처를 거론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21세기 럭셔리는 컬트 스트릿 웨어 브랜드와 엘리트 패션 하우스, 즉 명품 브랜드 간의 상호 작용이라 할 수 있다.
2022년 현재 럭셔리 제품의 주 소비 연령층이 30대 이하라는 점을 보면 럭셔리의 개념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주도적인 세대는 누구일까? 다국적 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는 2025년까지 럭셔리 마켓 소비자들의 45%가 MZ 세대들로 구성될 것을 예견했다. 이들이 이끈 럭셔리 산업의 성장률은 이미 85%에 육박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 이래, 3,600만 명의 백만장자가 170%나 증가했고 이들 중 많은 수가 젊은 층이다. 이처럼 럭셔리 브랜드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데, 그 원동력은 다음 세대의 소비자들이다. 럭셔리의 강점은 언제나 독점에 있었다. 문화를 찾는 젊은 세대의 뉴 럭셔리 역시 희귀성에 가치를 둔다. 옷을 잘 입고, 최신 상품을 가장 먼저 접하고 가장 희귀한 그림이 그려진 운동화를 신고, 가장 잘 나가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아는 것은 이들에게 럭셔리 라이프 스타일의 제1 법칙이다.
이렇듯 뉴 럭셔리의 탄생에는 젊은 창작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세대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소호하우스Soho House, 미스터 포터Mr. Porter 등과 같은 플랫폼은 물건만이 아닌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나고 구입할 수 있게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또한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숙박 비즈니스는 각기 다른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의 일상 공간에의 진입과 동시에 색다른 여행을 디자인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상품이 아닌 자신만의 경험과 문화를 구매하도록 했다. 이처럼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걸치는 옷이나 신발, 가방이 럭셔리 브랜드 매장에 똑같이 걸려 있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 즉 자신만을 위한 유니크한 디자인을 원한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혹은 매우 제한적으로 만들어진 커스텀 디자인의 가치가 상승하자 새로운 소비 세계가 열렸다. 명품과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업과의 협업이 일어나고, 갖가지 도구로 나이키 운동화에 색을 덧입히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져 나오는 등 스트릿웨어와 패션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진 것이다.
뉴 럭셔리와 올드 럭셔리는 다음과 같이 비교·설명할 수 있다. 올드 럭셔리는 가격으로 정의된다. 신발 한 켤레와 가방 하나의 가격이 얼마인지에 따라 소비자의 품격과 열망이 정해지는 것이다. 이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가지는 특별함이며, 돈만 있다면 누구든지 살 수 있었다. 올드 럭셔리의 정체성은 브랜드의 존재감과 브랜드 네임, 럭셔리 아이템의 소유 행위에 국한되어 있었다. 으리으리한 오프라인 상점은 올드 럭셔리의 상징이었고, 얼마나 한땀 한땀 시간과 공을 들여 만들었는지의 장인 정신과 브랜드의 기원이 그 중심이 되었다. 그렇게 고객의 취향에 부합하면 팔리는 것이다. 반면 뉴 럭셔리는 가격이 아닌 문화로 정의된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걸치는 상품이 아니라, 개개인에게 존재하는 독창성을 기반으로 한 상품이어야 한다. 이는 문화적 이야기로 소개되며, 브랜드 차원에서 역으로 소비자에게 역동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참여할 것을 독려한다.이 새로운 문화는 오프라인을 넘어 디지털 공간에 또 하나의 세상을 건설했다. 그 안에서는 예술적 아이디어가 높은 가치를 지닌 무언가로 완성되는 과정까지가 상품이다. 이렇듯 뉴 럭셔리 문화는 단순한 취향을 넘어 고객의 정체성을 발현시킬 주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뉴 럭셔리를 설명하는 또 다른 축은 다름 아닌, 스트릿 웨어다. 공식적인 용어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스트릿 웨어는 이미 하나의 현상으로 존재하며 거리 곳곳에서 소규모의 교류를 통해 번성해왔다. 시작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지나가는 사람이 당신의 운동화를 보고, 당신도 그들의 운동화를 힐끗 쳐다보면서. 간단히 말해 스트릿 웨어는 티셔츠, 후드티, 스니커즈 등의 패셔너블한 캐주얼 의류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 정의는 전통 패션 시스템을 전복시킨 스트릿 웨어에 대한 과소평가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 럭셔리 패션이 높은 가격에서 독점력을 얻는 데 비해 스트릿 웨어의 독점성은 노하우에 달려있다. 특히 초기에는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아는 소비자가 거의 없었고, 구매처를 알기도 어려웠다. 이 내부자들 사이의 게임은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희소성을 부추겨 쉽게 사치품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또한 이전에는 “남성에게 허용되지 않던 패션의 영역”이라는 관심사에 수문을 여는 계기도 마련했다.
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주류로 빠르게 확산되며 그동안 패션계가 갈망했던 세계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와 더불어 업계의 창의적인 개발, 마케팅 및 유통, 소셜미디어 등도 영향을 미쳤다. 스트릿 웨어는 소비자의 숭배를 받으며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패션 업계가 필사적으로 끌어들이고 싶어했던 소비자 모델을 완성하기에 이른다. 많은 인기 스트릿 웨어 제품은 ‘드롭’(신제품을 떨군다는 뜻으로 한정판 제품을 일시적으로 특정 날짜와 특정 시간대에만 판매해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방식을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은 드롭 제품을 확보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앞에 줄을 선다. 희소성을 활용하여 높은 수요를 창출하는 드롭모델은 치열한 중고시장의 탄생으로도 이어졌다.
이른바 ‘리셀러 시장’은 브랜드 성공의 척도가 되기에 스트릿 웨어의 작동방식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제품의 가치가 높을수록 재판매 가격도 높아진다. 리셀가는 스트릿 웨어의 수요와 공급 방식에 따라 작동한다. 브랜드는 새 제품을 수요 미만으로 공급하고, 결과적으로 제품은 높은 판매율을 달성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이 리셀 시장에 나타나면 더 많은 수요자들을 자극한다. 다이아몬드가 아닌 운동화라는 점만 제외하면 이 원리는 현대 미술품이나 수집용 사치품 판매와 같은 시장의 형태를 가진다. 운동화와 더불어 수요가 많은 품목은 많은 패션트렌드의 짧은 수명 주기를 훨씬 능가하여 시대와 계절을 초월한 가치를 지닌다.
스트릿 웨어의 궁극적인 원동력은 그 정신에 있다. 스트릿웨어의 핵심 소비자는 지출할 소득이 무한하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가진 것은 돈보다 훨씬 강력한 것, 즉 진정성과 연결된 독점성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대부분의 패션 브랜드가 몇 년마다 브랜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반면, 스트릿 웨어는 지면 가까이에 머물면서 소비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진화한다. 그 결과, 점점 더 많은 전통 패션 브랜드가 스트릿웨어의 이러한 ‘쿨함’을 활용하려고 한다. 스트릿 웨어를 주도하는 부인할 수 없는 쿨함과 실용성은 다양한 가격대에서 높은 시장성을 확보하며 판매되고 있다.
스트릿 웨어의 추종자는 젊고 수완이 있으며 안목을 갖추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문화를 활용하려는 거짓된 시도를 꿰뚫어 볼 수도 있으며, 업계 내부자 못지않게 인기있는 제품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들은 브랜드가 특정 철학과 사상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사회와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때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고 그 진정성을 인정한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트릿 웨어 소비자는 뮤지션들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로 여기는데, 자신의 신념을 솔직하고 대담하게 드러내는 태도에 후한 점수를 준 결과다. 계속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스트릿 웨어 시장은 오늘날 훨씬 더 많은 고객에게 어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 소비자들에게도 주목하고 있다.
명품 럭셔리 하우스에서 소매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브랜드는 이제 스트릿 웨어를 제품의 일부로 포함하여 생산한다. 일부 브랜드에 한정되었던 스트릿 웨어의 생산 방식은 이제 모든 브랜드가 추종하며 광범위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게 되었다. 스타일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스트릿 웨어의 코드는 여전히 존속하며 더 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컨템포러리 스트릿 웨어와 패션 산업 전반의 차이는 스니커즈와 핸드백의 차이가 아니라 누가 이 취향의 맥을 주도하느냐에 달려있다. 궁극적으로 스트릿 웨어는 스타일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 패션의 맨 앞자리를 차지한 캐주얼 의류, 대중적인 요구에 굽신거리기 시작한 럭셔리 하우스 등, 패션계에서 전례없던 일련의 요소에 의해 주도된다. 이러한 변화는 꼭 패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스트릿 웨어는 티셔츠에 단어를 적으려는 매우 직접적이고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힙합과 거리 예술을 이끄는 직접적인 표현 방식과도 유사하다. 단지 패션 트렌드가 아니라 더 큰 대중문화 요소인 것이다. 따라서 스니커즈가 트렌드로 남아있는지 없는지에만 집중한다면 중요한 포인트를 놓치는 셈이다. 대중문화를 뒷받침하는 사고방식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October22_Inside-Chaeg_01_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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