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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북숭이 친구와 여행을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참새책방

반려견과 함께하는 여행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을 비비며 사는 가족과 단란하고 화목한 캠핑을 꿈꾸는 이들은 아마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이미 부지런히 이를 실현하는 사람들도 있고, 막상 가 보니 예상 외로 고단한 현실에 단 한 번의 시도를 끝으로 포기한 사람들도 있다. 내 경우는 바닥이 푹신하지 않다, 날이 너무 춥다, 이런 고생을 왜 일부러 하냐 등등 실시간으로 잔소리 폭격을 날리는 남편과 좁은 장소에 붙어 있다 하마터면 고성을 지르며 부부 싸움을 할 뻔했다. 사람들끼리의 캠핑에도 어려운 점 투성이인데 하물며 네발 달린 털북숭이 친구와 함께라면 또 어떨까. 첫째, 반려동물은 어떤 이에게는 친구이자 가족이지만 다른 이에게는 낯설거나 두려움의 대상일 수 있다. 둘째, 동물은 사람과는 다른 조건을 필요로 하므로, 철저히 알아보고 준비하지 않은 채 무작정 떠나면 반려동물과 반려인 양측 모두 다양하고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 있다. 대강 이런 두 가지 사안만 고려하더라도 무작정 ‘좋아 보여!’ 하고 달려들기에 어려운 일임은 분명하다.
"중랑천 둑길을 따라 걷던 장군이와 저의 걸음이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 나아가 유럽의 투르 드 몽블랑, 돌로미티의 대자연까지 이어지게 된 지도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처음 제주도 올레길을 걷던 때를 떠올려보면 아무런 준비도 대책도 없이 떠난 여정에 장군이와 많이도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사람 이수경이 견공 장군이와 함께 『네발로 떠난 트래킹』을 쓴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반려견과 함께 여행을 떠났지만, 그 시간을 둘이서 온전히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려견에게는 텐트에서 자는것부터 생소할 테고, 걸을 수 있는 길과 그렇지 못한 길도 사람과는 사뭇 다르다. 장군이와 트래킹과 캠핑을 함께하기 위해서는 예상외로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했다. 그리고 당연히 필수적인 캠핑 에티켓과 사회성을 반려인과 반려견 모두 잘 알고 실천해야 한다. 이렇게 온갖 어려움이 지뢰처럼 산적해 있었다.
『네발로 떠난 트래킹』 첫 장 ‘여행 준비’에서 이수경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나 막막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첫장 내내 무지해서 용감한 상태로 직진만 하면 어렵고 까다로운 상황들이 펼쳐질 것이라고 친절하게 경고하며, 여행길에 오를 후배 반려 커플들에게 당부할 말이 너무 많다는 걸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이고 수고보다 보람과 행복을 느끼게 되었을 때 지금껏 몸으로 부딪쳐 습득한 경험과 정보를 기꺼이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했다. 실제로 책을 한번 가볍게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와, 이런 것도 어려울 수 있구나!’ ‘이런 문제들이 있을 수 있겠구나!’ 깨닫게 된다. 조만간 반려동물과 여행을 떠나고 싶었던 독자로서는 고마움이 크다.
"즐거운 모험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반려견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즐겁고, 일상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유대감을 쌓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만큼 많은 변수가 존재하고 자칫 위험해질 수도 있거든요."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누나의 TMI’ 등과 같이 무게를 덜어내는 장치를 두어 좀 더 수월하게 읽힐 수 있도록 하지 않았더라면, 나와 같은 독자들은 오직 상상과 추정에 그치던 상황들을 책 속에서 미리 맞닥뜨려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해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혹은 설마 이런 문제들이 다 일어나겠나 하며 어렵고 딱딱한 이슈들은 잠시 뒤로 빼놓고 아름다운 풍경과 귀여운 강아지 사진만 골라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준비와 공부가 부족하면 자신은 물론 반려견 역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얼른 텐트와 침낭, 여러 준비물을 챙겨 모험길에 나서고 싶더라도, 먼저 이수경과 같은 유경험자가 들려주는 상세한 설명과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반려견과 함께 걷고 오르기
지금까지 우리 누나 설명 잘 들었지? 이제부터는 내가 다녀온 여행지를 소개하려 해! 잘 따라오라구 친구들!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다면 기쁜 마음으로 네발의 털북숭이 친구와 길을 나설 때이다. 공동 저자 이수경과 장군이는 트래킹 장소를 ‘걷는 길’과 ‘오르는 길’로 나누어 구분하였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걷는 길’은 “호수나 바다 등을 감싸는 둘레길이나 정상 도착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산길”이고 ‘오르는 길’은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보다 제대로 된 등산을 경험할 수 있는 곳들”로 ‘걷는 길’보다 난이도가 더 높은 경우가 많다. 둘레길등의 등산로는 보통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비교적 쉽고 편안한 길을 주로 소개한다.
태안 해안에는 걷기 좋은 길들이 여럿 있어. (…) 하지만 태안 해변길은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해서 우리들은 갈 수가 없어. ‘반려동물 출입 금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붙어 있는 살벌한 곳이지. 하지만 솔향기길은 국립공원이 아니어서 우리도 걸을 수 있어.
이어지는 2장과 3장은 호기심 많고 명랑하며 친근한 장군이의 목소리로 전개된다. 장군이는 방문한 장소의 내력과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일화 등을 간략히 설명하여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순진하면서도 타고난 이야기꾼인 장군이는 그 어떤 내비게이션의 안내보다 더욱 정확하게, 마치 지금 실제로 걷거나 지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언젠가 그 장소를 지나게 되면 우리는 장군이의 말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박수를 치거나 무릎을 탁 치며 감탄사를 내뱉게 될 것이다.
나랑 누나는 이 길을 참 자주 걸었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트래킹은 늦저녁에 찾았던 어느 가을날이야. (…) 개안마루 중턱에 누나랑 궁둥이를 붙이고 나란히 앉아서 저무는 해를 바라보았어. 내 뒤통수를 쓰다듬는 누나의 손길을 느끼며 생각했지. 참 행복하다고.
또 하나 기가 막힌 포인트는 삽입된 사진들 중 다수가 눈앞에 펼쳐진 절경, 반려인과 반려견의 사랑스러운 순간을 담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장군이의 눈높이에 맞춘 세상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나 이수경과 장군이의 고단함과 아름다움 사이를 엿보는 영광을 누린다.
포유류 동물이란 것 말고는 다른 점투성이인 두 존재, 그러나 오감으로 확인하는 소통 그 이상의 교감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아끼고 사랑하는 데에 진심 말고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래서 그 고단한 과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몸집보다 큰 배낭을 메고 서로의 상태를 살피며 오늘도 길을 나서고, 내일도 또 나설 수 있는 게 아닐까.
저녁을 먹고 나니 하늘이 새까매져 있었어. 누나와 나 단둘밖에 없는, 조용하고 아늑한 밤이야. 하늘이 맑아 밤하늘에 별이 잘 보이고 밤공기도 상쾌해서 오늘은 오래도록 텐트 밖에 누워 있고 싶었어. 누나가 감기 걸린다고 들어오라 했지만 오늘은 왠지 밖에서 자고 싶은걸. 다들 그런 날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우리도 함께 떠나 볼까
우리는 이곳에 짐을 풀고 텐트를 설치했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철푸덕 잔디밭에 대자로 엎드렸지. 누나도 땀에 흠뻑 젖은 옷을 갈아입고 내 옆에 나란히 누웠어.(…) 언제나 설레는 백패킹 다음날 아침, 하늘이 보랏빛으로 물들고 멋진 일출이 하늘을 장식했어. 신나는 마음에 친구들과 함께 들판을 뛰어다니며 놀다가, 다시 달콤한 아침잠에 빠져들었어.
반려견과 뭐든지 함께 하는 삶을 로망으로 여기는 아들이 우연히 『네발로 떠난 트래킹』을 보게 되었다. 강아지처럼 대자로 엎드려 ‘나도 반려견과 함께하는 캠핑’을 꼭 하고 싶다는 노래를 부르는 통에 ‘나는 너라는 강아지를 키우잖아. 너희들을 데리고 어떻게 캠핑까지 다니니?’ 하고 말았다. 이 말을 시작으로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이 넋두리가 쉼 없이 흘러나왔다. 나도 날다람쥐마저 머쓱하게 만들 정도로 재빠른 아들과 털이 반질거릴 정도로 잘 관리한 강아지를 데리고 영화나 책에 나오는 그림처럼 완벽한 캠핑을 가고 싶다. 하지만, 『네발로 떠난 트래킹』의 사람 저자가 친절하고 치밀하게 설명한 것처럼 실질적인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털북숭이 동물이 만족할 만한 여정이 될리 만무하지 않느냐는 게 당장 그렇게 하지 못하는 대강의 이유이다.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네 몸집만 한 반려견과 여행하면 힘들지 않냐’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그리 힘들지 않았고, 오히려 여행을 거듭할수록 장군이가 정말 좋은 여행 파트너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지요. 이 책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반려견도 둘도 없이 훌륭한 여행 친구가 될 수 있을지 몰라요!"
우리 모자와 비슷한 로망을 남몰래 가진 이들이여, 철저한 준비로 우리도 함께 떠나 봅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오래오래 곱씹을 소중한 추억을 위해.
September23_Inside-Chaeg_01_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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