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october, 2018

우리는 어디로 향하는가?

Editor. 지은경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당면한 현실을 직시하고 담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유발 하라리
김영사

지금 세계가 직면한 난제들 때문에 혼란스러움과 무력감을 느낀다면, 상황을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가 굴러가는 과정은 이제 어느 한 개인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해졌다. 세계에 관한 진실을 알고 선전물과 거짓 정보의 희생자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랜만에 숨통이 확 트이는 책을 읽었다. 결코 가볍지 않은, 우리가 당장 풀어가야 할 문제들에 대해 어찌 이리도 담담하고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이렇게 그가 제시한 의견들은 내 마음에 콕콕 박히는 것일까? 두꺼운 책이 전혀 두껍게 느껴지지 않았으며 어려운 문제들이 전혀 어렵게 여겨지지 않았다. 복잡한 문제들을 대면하며 이에 대한 정확하고 친절하면서도 이성적인 충고를 들어 눈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선명해졌다고 하면 과장일까? 어찌 됐건 내가 읽은 유발 하라리의 두 권의 책은 나를 안심시킨다. 밝은 미래의 희망을 제시해서가 아니다. 내게 정확히 맞는 방향성을 제시해서다. 그의 다른 책도 당장 손에 들고 싶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류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놀라운 방식으로 미래를 예측했다. 그리고 엄청난 기술적 성공을 이루었지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자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의 사람들을 위해 2016년 서울을 찾기도 했다. 그는 『사피엔스』에서 미래는 수많은 기술 덕분에 인간이 가진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기술 발달이 절대 공평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것들은 매우 설득력 있어 더욱 우리를 당황시킨다. 그러나 그가 책에서 불편하고 암울한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인간의 행복에 많은 가능성을 걸었다. 책은 거기서 멈춘다. 『사피엔스』가 인류 미래에 관한 그의 예측을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라면, 그의 다음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우리에게 찾아올 다양한 모습의 미래에 대해 오늘날 우리가 어떤 생각을 토대로 계획을 세워야 하는지 알려준다. 그의 책은 어떤 직종이 유망하니 어떤 일을 해라, 혹은 어떤 것은 위험하니 조심해라 등의 조언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해하고 어떤 사고방식이 다음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것인지를 설명해 줄 뿐이다. 그리고 선택은 어디까지나 우리 인류의 몫이다. 그의 제언들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이성적인 자세로 일관한다. 참된 이성이야말로 더 나은 오늘을 위한 조언이며, 그것이 또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미래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인간은 어떻게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가에 대한 고민, 테러리스트, 난민과 이민자들에 대한 공포, 종교의 끝없는 전쟁, 정보를 차지하는 자들과 생명공학에 대한 연구, 지구 공동체, 가짜뉴스와 정치에 대해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이 시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것인가?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가 21장 「명상」 부분에서 서술한 삶과 죽음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는 삶의 진정한 의미를 정확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어떤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 순간 우리의 코로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지 관심 갖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오늘, 그리고 지금 삶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다. 삶 이후 찾아올 죽음에 대해 궁금해하며 오늘이 아닌 내일에 더 많은 관심을 둔다. 그러나 죽음을 알기 위해서는 삶을 이해해야 한다. 내일을 알기 위해서는 오늘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오늘날 많은 사상에 갇혀 있다. 그 사상들이란 과거 인류를 이끌어왔으며 많은 발전을 이룩하는 데 크게 기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영원한 사상이 과연 존재할까? 과거에 만들어진 사상과 무슨 무슨 주의가 과연 오늘날에도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필요악일까? 혹시 우리는 그것들에 갇혀 진정한 자유는 하나도 느껴보지 못한 채 스스로를 감옥에 가두는 것은 아닐까? 과학과 의학이 발달하지 못한 과거의 세상에서 신이 우리를 지배하고 그의 말씀에 우리의 삶을 따라야 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풍부한 사유와 철학, 그리고 이성이 아닐까?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은 그 모든 것을 올바로 갖추기 위한 터전을 마련해준다. 보다 명확한 관점이 필요하다면, 더욱 선명한 사고를 하고 싶다면 이 책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그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한 개개인은 생각보다 세상에 대해 창피할 정도로 무지하다. 우리는 석기시대의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개개인의 차원에서 우리는 아는 것이 훨씬 적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전문성에 의존해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지식과 지혜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에 대해 뼈저리게 깨우치고 나면 오히려 세상을 선명히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