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october, 2018

몸과 마음의 수련

Editor. 김선주

읽고 싶은 책은 날로 늘어가는데 읽는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느린 독자.
작은 책방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책들을 수집 중.

『냥마스테』 이내
독립출판물

고양이를 키운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아직 어린 캣초딩이었던 녀석은 뒷다리를 들어 머리 위로 가뿐히 넘기는가 하면, 기지개를 켤 때는 아치 모양을 그리며 등이 쭉 솟아올랐으며, 자유자재로 몸이 늘어나거나 구부러져 나를 놀라게 했다. 고양이의 신체적 특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당시로써는 녀석의 몸짓 하나하나가 기이하게 느껴질 만했다. 요가 동작 중에는 그 유명한 ‘고양이 자세’가 있다. 두 손과 무릎을 땅에 대고 허리를 아래로 휘었다가 다시 위로 늘리는 동작인데, 기지개 켜는 고양이의 몸동작에서 가져온 것이다. 무려 자기의 몸짓을 딴 자세가 있다니. 하여튼 고양이의 움직임이란 여간 신기하고 때로는 부러운 게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보게 된 것도 그런 요가를 연상시키는 고양이의 독특한 자세를 볼 수 있을 거라는 단순하고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냥마스테』는 생활 요가인을 꿈꾸는 초보 요가인의 분투기를 그린 짧은 만화다. ‘이내’와 함께 사는 고양이 ‘모리’는 유연한 몸과 초연한 태도로 그녀의 요가 스승이 되어준다. 이내는 아직 요가 동작도 어설프고, 걱정과 불안으로 마음이 어지러운 초보 요가인이다. 그녀는 잘하고 싶어서 용쓰지만 마음처럼 잘 안 되는 요가가 마치 인생 같다고 느낀다. 과연 자신이 작가가 맞는지도 모르겠고, 잘하고 있는지 자신도 없고, 세상과 사람에 지칠 때 그녀는 몸의 균형을 잡고 마음을 다스리고자 요가를 한다. 땀방울을 흘리며 불안한 생각은 정리하고, 자기 안에 쌓인 찌꺼기는 벗겨내면서 조금씩 몸과 마음을 단단히 다듬는다. 32페이지 내외의 짧은 책이지만, 문득 떠오르는 고민에 모든 신경을 쏟아버리고 마는 순간의 기록들은 잡념 가득한 나의 일상을 보는 듯 공감과 위안을 준다.
요가는 운동이지만 그것보다는 수련이란다. 몸과 마음의 중심을 찾아 잘 다스려서 ‘균형’을 잡는 것! 요가를 통해 삶의 균형도 이루게 된다오.
내 경우 요가는 시작한 지 얼마 못 가 그만둬버렸던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운동이다. 어째서 내 몸인데 내 맘대로 안 되냐며 답답해하다가 금세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대신 내게도 요가 같은 몸과 마음 수련의 방식이 있다면 그건 바로 수영이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면 물이 나를 안아 들기 때문에 내 몸을 온전히 지탱하지 않아도 된다. 이 때 이미 마음이 한결 편안해진다. 그러곤 깊은숨을 들이마신 채 잠수. 몸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물을 차며 물살을 밀어낸다. 한 번씩 숨을 쉬어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고 파란 세상만이 전부가 된다. 몸을 쓰는 데 집중하다 보면 잡념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 그래서 가끔 토요일에는 수영장에 갔다. 한 주 동안 차곡차곡 쌓였던 스트레스와 피로를 파란 물에 흘려보내고,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어서.
작가 역시 몸의 수련으로써 마음을 다스린다. 우자이 호흡법을 통해 자기를 진정시키고 불안을 달래는 법을 터득하고, 잘 되지 않는 동작을 연습하며 꾸준함을 쌓는 법을 배운다. 또 자기 자신의 상태를 들여다봄으로써 비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간다. 자신의 상태를 안다는 건 중요한 일이다. 방심한 채로 살다 보면 마구 쌓인 삶의 찌꺼기에 숨통이 꽉 막힐지도 모르는 일이다. 마치 요가처럼, 인생에도 균형이 필요한 법. 적당히 비워내고 단단하게 마음의 벽을 다져 놓아야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넘어가지 않고 버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