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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8

성별은 두 개일까요?

Editor. 최남연

불편하지만 필요한 이야기를 합니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정희진 외 4명
교양인

지난여름 무더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머리를 잘랐다. 이왕 자르는 거 아주 짧게. 웬만한 남자 연예인들의 머리 모양을 떠올리면 그 정도가 바로 내 상태다. 이렇게 짧은 머리를 하고 난 뒤로 생긴 일 하나, 마을버스를 탔더니 어느 할머니가 “저기, 총각”이라며 말을 건다. 둘,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기사님이 길을 묻는다. “아가씨, 여기서 직진 맞아요?” 머릿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이 일어난다. 나는 자웅동체란 말인가.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애초에 성별이란 건 뭘까?
우리는 보통 성별을 남/여로 받아들인다. 남자 아니면 여자 둘 중 하나다. 주민번호 앞자리가 1인지 2인지, 남자 화장실에 가는지 여자 화장실에 가는지, 남성복 매장에서 옷을 사는지 여성복 매장에서 옷을 사는지, 가장 대표적으로는 남성의 몸과 신체기관을 가졌는지 여성의 몸과 신체기관을 가졌는지에 따라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구분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성, 즉 ‘양성(兩性)’이 평등하다는 개념이 양성평등이다.
남자, 여자가 평등하면 좋지 않냐고? 여기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서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를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정희진의 글 「양성평등에 반대한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남/여의 양성으로 나뉘지 않으며, 따라서 ‘양성’평등 역시 어불성설이 된다는 것이다. 정희진은 남/여 범주에 모범적으로 포함되지 않거나(아줌마는 ‘여성’인가?), 그사이 어디에서 애매하게 존재하거나(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남성인가 여성인가?), 남성의 것도 여성의 것도 아닌 신체기관을 가진 이들의 사례(인터섹스)를 제시하며 남녀이분법을 흔든다.
아직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인터섹스intersex (간성)는 해부학적으로 ‘전형’에서 벗어났다고 간주되는 모두를 통칭하는 용어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남성에게 작은 크기의 외부 성기, 여성형 유방 등이 나타나는 클라인펠터 증후군, 여성의 음핵이 커지는 등 남성화를 촉진하는 선천성 부신 증식증, 남아에게 여성 외부 생식기가 발달하는 안드로겐 무감성 증후군 등이 있다. 남/여는 근본적으로 신체구조나 생식기관의 차이로 구분한다는 통념이 깨지는 순간이다. (참고로 매년 10월 26일은 세계 인터섹스 인식의 날International Intersex Awareness Day이다.)
생각해보면 대학에 오기 전까지 나 역시 세상의 인간은 남성과 여성 단 둘인 줄로만 알았다. 나는 아들이 아닌 딸이었고 친구들은 뿔뿔이 남학교, 여학교로 흩어졌으며 우리는 치마를, 그들은 바지 교복을 입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에 따르면 지구에 있는 인간은 남자와 여자밖에 없다. 『양성평등에 반대한다』를 읽고 또 공부를 하며 내가 깨달은 점은, 우리가 발딛고 사는 이 땅 위에는 단 두 개의 해석틀 안에 담아낼 수 없는 너무나 다양하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다.
내 이름을 걸고 처음 지면에 실리게 될 이 원고를 앞에 두고 무슨 이야기로 문을 열면 좋을까 고심했다. 소재거리를 찾으려고 여태까지 주위에서 많이 들었던 말들을 떠올렸다. 왜 여성학은 있는데 남성학은 없어? 왜 여대는 있는데 남대는 없어? 왜 여자 휴게실은 있는데 남자 휴게실은 없어?
다시, 성별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남자인가 여자인가. 아니, 남/여를 벗어나 풍부한 상상력과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어려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