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June, 2018

이토록 솔직한 도서관 뒷이야기

Editor. 김선주

맘에 드는 독립출판물 작가를 알게 되면 그 작가의 다른 책을 다 사고 싶어집니다.
‘읽고 싶다’가 아니라 ‘사고 싶다’입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다시는 구할 수 없을지도 몰라 그렇습니다. 읽는 건 그다음이지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지음
임시제본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 도서관 사서라는 직업을 꿈꿔봤을지도 모르겠다. 서가에 빽빽이 꽂힌 책에 둘러싸여 책 냄새 맡으며 일하는 삶이라니, 얼핏 생각하면 애서가에게 이보다 낭만적인 일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서도 많고 많은 밥벌이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가만히 앉아있는 것 같아 보여도 굉장히 바쁘고 고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는 공공도서관에서 4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 사서인 작가가 실제로 보고 듣고 경험한 도서관 뒷이야기를 담아낸 책으로, 도서관 바깥 사람들이 모르는 도서관의 속살을 드러내 보인다.
이 책을 고른 지극히 사적인 이유를 주절대자면, 책 관련 일에 관심이 많은지라 현직 종사자들의 인터뷰집이나 에세이를 즐겨보곤 하는 내게 이 책의 제목은 ‘나를 읽으세요’ 하고 온몸으로 유혹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사서의 실무에 관해 A부터 Z까지 알려줄 것 같은 이 책은 오히려 사서이자 독립출판물 제작자의 경험담에 더 가깝다. 물론 사서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를 얻으려던 건 아니었기에 일련의 경험담과 감상들이 내 호기심을 꽤 충족시켜주었는데, 사서 실무에 대해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아니어서 작가 자신도 사서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미리 고백한다. 그러나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사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도움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도서관에 면접 보러 갔던 일로 시작되는 이야기는 도서관에서 겪은 부당한 일과 그로 인해 직장을 그만둘 뻔한 사건, 미처 알지 못했던 사서의 업무와 도서관에서 겪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로 엮여나간다. 특히 도서관 내부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도서관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대해 정말 이렇게까지 얘기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이 풀어낸다. 책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건대 지금도 여전히 해당 도서관에 근무 중이고 심지어 동료들도 책 내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한데 정작 작가는 태연하고, 이래도 되나 싶어 벌벌 떠는 건 어쩐지 읽는 사람인 것 같다. 저자는 사서로 일하면서 사서의 자질과 사람 대하는 일에 대한 고민을 안기도 한다. 도서관은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기에 사서는 늘 고객을 대하는 마음으로 이용자를 만족시켜야 한다. 또한 사서는 만능이어야 한다. 서류 업무는 기본이고 기획과 디자인도 할 줄 알아야 하고 사람 상대도 잘해야 하고 자료실을 옮기면 새로운 업무도 터득해야 한다. 특히 사서는 사람을 많이 만나고 연결해주는 직업이기에 책보다 사람을 더 좋아해야 한다고 한다. 사람을 상대하면서 물론 보람을 느끼고 즐거워하기도 하지만 사람에게 치이고 상처받는 일도 많다. 꼭 사서에게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책만 좋아해서는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제 생각은,
그래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사서로 오래 남았으면 해요.”

부질없는 상상이지만 작가는 만약 자신이 하게 될 일을 미리 알았더라면 다른 길을 선택했을까. ‘실제로 네가 하게 될 일은 이만~큼이고, 불합리하지만 이런 것도 요구될 거고, 정말 뭣 같지만 이런 일도 생길 거야’라고 누군가 알려줬다면 말이다. 대답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일단 책에서는 후회없다고 밝히고 있다. 적어도 이 책이 책을 좋아하는 사서 지망생에게 그런 귀띔을 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지 않을까 싶다. 작가는 이 책을 지금 하는 일에 권태와 무기력을 느끼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려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고 전했는데, 여기에 덧붙이자면 직업에 대한 로망과 실제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사람에게도 좋은 위로가 되어주리라 생각한다. 작가는 마치 죽기 전에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고 암울한 책은 결코 아니며, 앞서 제목에 낚여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망설이지 말고 기꺼이 낚여주시라는 것이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