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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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6

엄마도 후회할 수 있는 사람이다.

Editor. 박소정

메디치미디어 편집부에서 근무 중. 취미는 사무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청와대 지붕을 보며 불순한 상상을 하는 것.
국정원이 싫어할 책을 출간했으나 몇십 권 사가고는 절대시계 하나 보내오지 않아 좌절 중이다.

『엄마됨을 후회함』 오나 도나스 지음
반니

선택에는 포기가 따른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후회’는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이다. 선택에서 시작되는 후회는 결국 고단한 현실에 대한 넋두리다. 하지만 후회는 모든 이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후회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금기의 영역이다. ‘엄마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발언을 하는 순간 그 여성은 피도 눈물도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엄마로서의 삶에 대한 후회가 화두로 떠올랐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느냐부터 그런 엄마는 정신적으로 온전치 못하거나 비윤리적인 사람이라는 의견까지 대중의 반응은 실로 참담했다.
왜 엄마는 후회하면 안 될까? 한 여성의 딸이자 사회학자인 저자는 『엄마됨을 후회함』을 통해 사회에서 엄마에게 강요되는 역할과 태도에 대해 관찰한다. 오래전부터 ‘아이가 없으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이야기가 판결문처럼 내려오는데, 여기서 후회는 강력한 무기가 되어 여성에게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의무감을 심어준다. 더불어 여성의 인생에서 엄마로서의 삶이 얼마나 충만한지 기쁨과 안정감을 끊임없이 강조함으로써 그 이면에 엄마들이 여성으로서 갖게 되는 무력감과 절망감, 수치감과 같은 감정을 가린다. 그래서 엄마들은 육아의 고통을 당연히 여기며 아이를 낳은 것을 후회한다 하더라도 내색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회가 엄마의 문제를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며 지금껏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데 이용해왔다고 지적한다.
엄마도 후회할 수 있는 사람임을 인정하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엄마들이 누구의 엄마도 아니었다면, 아이를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이가 없었더라면 하고 생각이 동시에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한다. 낯설더라도 이러한 후회에 대해 우리 사회가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최근 매체를 통해 우리는 아이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엄마들을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건의 배경에는 엄마의 진실한 목소리가 외면되었을 확률이 높다.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 우선 여자라면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모성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부터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그때야 비로소 여성, 엄마 나아가 아이의 행복에 대해서도 건설적인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