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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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cember, 2016

도시의 삶에 자괴감이 들거든…

Editor. 지은경

농사에 관한 작은 잡지를 만들며 만났던 농부들을 보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것을 내려놓을 마음도 없는, 즉 이도저도 아닌 경계선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것 같아 심장이 자주 벌렁거린다.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더숲

순간, 삶의 모든 것들이 의미 없어지고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사람의 관계에서 보호막을 두텁게 치거나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그보다 더 심한 경우 아무도 모르는 세상으로 훌쩍 떠나 은둔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조차 들기도 한다. 삶에서 만나는 다양한 현상 중에 정작 우리가 집중해야 할 본질적인 것들은 무시되고, 고민하지 않아도 될 일들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복잡한 모든 문제를 깨끗하게 뒤로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큰 희망을 안겨주기도 하며, 지금의 문제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아 기쁘다. 곤충생리학과 동물행동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생물학자이자 자연주의자인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 『베른트 하인리히, 홀로 숲으로 가다』는 우리가 더욱 집중해야 할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다.
고립된 삶을 시작하지만 그는 외롭지 않다. 그에겐 까마귀 친구와 빽빽한 숲이 있다. 그를 만나려면 고난의 숲길과 산 언덕을 올라야 하기에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만 그를 꼭 만나려는 좋은 친구들은 그 길을 마다치 않으니 그는 더욱 좋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숲으로 들어가 살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숲에서 만나는 동물들을 관찰하고 숲의 나무들과 씨앗들을 바라보며 일상을 보낸다. 먹고살기 위해 취해야 하는 모든 행동, 도시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심지어는 하찮다고까지 여겨지는 그 일들이 매일매일 수행해서 성공해야 하는 미션이 된다. 나무 수액을 모으고 메이플 시럽을 만들고 좋은 물고기와 그렇지 않은 물고기를 가려내야 한다. 동물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를 알고 있어야 하며, 나무들이 살아가는 방식을 이해하게 된다. 숲에서의 그 모든 행위를 통해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의식을 갖고 살아갈 때 우리는 작은 존재에서도 극적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문장은 특별히 발췌되어 책 표지에도 인쇄되어 있다.
조화로운 삶이란 어떤 삶일까? 저자처럼 살아가는 삶이 자신에게 맞는지, 혹은 어떤 삶이 진정 옳은 삶인지를 이야기한다는 게 섣부른 판단에 불과하며 어쩌면 경솔한 발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 가며 얻은 단 하나의 명료한 결론은 내 지금의 삶이 조화롭지 않으며 수많은 균열투성이라는 것이었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많은 것들은 우리 선조들에 의해, 타인의 이타적인 마음에 의해 생겨난 혜택들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스스로 비탈길을 정비하지 않아도 되고 매일 먹을 끼니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계절이 바뀌면 옷 정리를 하고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 나가는 수고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자연과 대화하는 혼자의 삶은 모든 감각이 열려 있어야 하며, 동물과 나무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인지해야 한다.
다른 것들은 모두 접어두더라도 이 책은 본질적인 삶에 대해 무한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인가, 고요히 지붕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빵 굽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서류 작성이 아닌, 사슴을 쫓고 나방의 날갯짓 소리를 듣는 ‘쓸데없는’ 것으로 하루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뜨거운 여름 화려한 나비를 쫓고 강에서 신나게 수영할 수 있다면, 낙엽의 다채로운 색깔을 끝없는 목록으로 하나하나 기록할 수 있다면, 지저귐을 듣고 새의 존재를 구분할 수 있다면, 자연 속에서 평화와 고요함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면, 스쳐 지나가는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면…”
하루해가 저문다. 도시의 하루는 이렇게 어둠 속으로 흩어져간다. 땅의 모양새가 어떻게 생겼는지 생각할 필요도 없는 도시, 코요테를 조심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매일 저녁 요리가 수고스럽다고 느껴도 돈만 있으면 어디서건 먹을 것들이 풍성한 도시, 언제든 누구든 만나 이야기를 하고 웃을 수 있는 도시, 부족함 없는 도시인데 우리는 그 도시에서 왜 그리도 수많은 새로운 문제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