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December, 2016

뜻과 꼴이 하나

Editor. 유대란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장세이 지음
유유

언어는 저마다 다른 매력을 지닌다. 가령 영어는 주어, 술어가 반드시 있어야만 문장이 성립되는 관계로 오독할 확률이 적은 명료함이 매력이고, 독일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합성어를 무한대에 가깝게 만들어낼 수 있다. 터키어는 심지어 문장도 한 단어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어의 매력은? 가장 과학적이라는 설도 있고 외국인의 눈에 글자 모양이 아름답다고도 하는데, 내 생각에는 다채로운 의성의태어가 가장 한국적이고도 아름다운 한국어의 매력이다. 총 2,000개가 넘는 의성의태어는 전부 순우리말이다. ‘에부수수’ ‘해끄무레’ ‘새근새근’ 같은 단어는 정겹고 아름답다. ‘휘뚜루마뚜루’ ‘히죽히죽’ ‘엄벙덩벙’은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다. 또 어감과 의미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처음 들어도 대번에 뜻과 모양이 그려진다. 다른 언어로 번역하기 불가능에 가까워 안타까울 뿐이다.
유유에서 나온 『후 불어 꿀떡 먹고 꺽!』은 의성의태어를 모은 책으로, 『동사의 맛』에 이어 또 다른 한국어의 매력을 보여준다. 일과, 감정, 형태, 기후로 나뉜 4개의 장에 ‘걸을 때’ ‘기쁠 때’ ‘양을 나타낼 때’ ‘바람이 불 때’ 등의 상황별 다채로운 의성의태어를 분류해서 문장에 담았다. 또한 각 의성의태어를 그것이 표현하는 크기, 정도에 따라 분류한 그래프를 수록해 단어 간 미묘한 차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군수군과 수군덕수군덕 중 어떤 게 더 불만스러운 느낌을 품었는지, 송알송알과 동글동글 중 어떤 것이 더 둥근 것에 가까운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800여 개의 의성의태어를 수록한 이 책을 곁에 두고 어울리는 걸 골라서 글에 풍미를 더해보자. 그저 수시로 들춰보면서 단어를 소리 내어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것은 자체로 삶이 연출하는 여러 모습과 소리에 대한 시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