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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17

나만의 정원을 가꾸는 시간

Editor. 김선주

『다가오는 식물』 백은영 지음
북노마드

키우는 족족 시들어버리는 탓에 집안에 작은 다육식물 하나 두지 않은 지가 한참 됐다. 가만히 놔두면 알아서 잘 자라는 듯하면서도 은근히 관심을 주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으면 어느새 싱그럽게 다가오는 식물이란 여간 까탈스러우면서도 다정한 생명체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작은 화분을 볼 때마다 망설이고 있다.
매일 똑같은 일상, 마음마저 공허해진 작가에게 어느날 식물이 다가왔다. 그녀는 식물의 이름을 부르고,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 속에는 식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따뜻한 햇볕, 잎을 만지는 손길, 그것들이 자라는 세계의 풍경이 있었다. 사람의 삶도 식물과 비슷하다는 것을 그녀는 드로잉을 통해 발견한다.
『다가오는 식물』은 가로 18.8cm, 세로 12.5cm로 작고 가벼운 만큼 책 속의 텍스트도 무겁지 않아서 금방 읽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빠르게 한 번 읽고 나면 신기한 식물 그림을 보려 다시 한 번, 그다음엔 미처 음미하지 못한 글자들을 곱씹느라 또 한 번 읽게 된다.
누구나 현실을 벗어나 내면을 산책할 수 있는 자기만의 정원이 있다고 한다. 마치 식물을 가꾸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하나하나 돌보는 일이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 식물이 아닌 다른 것이라도, 무언가 마음을 온전히 쏟을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삶에 큰 버팀목이 되어줄 것이다. 문득 생각해본다. 식물 하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나에게도 정원에 놓을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다가와 주기를. 가을의 문턱에 선 요즘, 벌써 시들어갈 푸른 잎이 아쉬워서 자꾸만 이 책을 들춰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