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17

각자의 우울이 모여 만드는 커다란 위로

Editor. 김선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김현경·정성동 지음
warm gray and blue

얼마 전 뉴스를 보다 인상에 남은 기사가 있다. 한 여성이 편의점에서 감기약을 잔뜩 구매하려 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직원이 신고해 알아보니 그 여성이 마음의 감기, 즉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인상에 남은 것은 뉴스의 요점이 여성이 아닌 직원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었던 타인의 우울을 눈치채고 붙잡아준 그 마음 때문에.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우울을 품고 산다. 우울은 때때로 우리를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몰아넣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울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아무것도 할 수 있게’ 한다고 믿는다. 텀블벅 후원을 통해 처음 세상에 나왔던 독립출판물 『아무것도 할 수 있는』은 진정성 있는 내용과 공감을 사는 수기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새로 개정되어 나왔다. 우울증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의 글과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내가 아닌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섣불리 위로하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그 벽을 없애고 나와 타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여러 사람의 글을 모아 솔직하게 담아냈다. 책을 기획한 김현경 디자이너의 말처럼, 이 책은 조금이나마 누군가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또 이해받을 수 있게 한다.
실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상처받았던 말이 “너만 힘든 거 아니야”라는 말이란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수많은 우울의 경험들도 어쩌면 그렇게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같은 말일지라도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남들도 다 힘드니까 엄살피우지 마’의 뜻이 아니라, ‘나도 그래. 그래서 네가 어떨지 조금은 알 것 같아’라는 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