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19

캐릭터를 통한 성격 분석

Editor. 김지영

지금까지 이런 독서는 없었다.이것은 독서인가 덕질인가.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 글
찰스 M. 슐츠 그림, 더좋은책

‘덕질’의 농도가 짙어졌다. 원체 한 가지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기억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다른 ‘덕후’들처럼 전문성을 띠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다른 차원의 덕질을 즐기고 있다는 것! 애니메이션으로 있어도 책의 물성이 좋다는 이유로 가끔 만화책을 전권 구매하고는 하는데, 그때마다 해당 만화의 내용이나 캐릭터를 차용한 인문, 에세이, 과학, 철학 등을 설명하는 책을 보면 호기심이 생겨 충동 구매를 일삼고는 한다. (오해하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이것만큼은 분명히 하고 싶다. 에세이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그런 책을 ‘극혐’한다.)
불과 한두 달 전 <잡학사전 Chaeg>에서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읽고 싶은 신간도서’를 두 권 골라 소개하는 코너를 녹음했는데, 그때 그간 충동 구매를 일삼았던 독서 취향을 슬며시 꺼냈다. 당시 소개했던 도서는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와 『지금은 부재중입니다 지구를 떠났거든요』로 총 2권이었는데, 결국 또 욕구를 참지 못하고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를 사고 말았다.
팟캐스트나 책 선택 기사를 통해 여러 번 밝혔지만, 나는 심리학책을 안 좋아한다.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의 저자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는 미국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이자 박사로 미국 펜실바니아 주에 게이트웨이 갱생센터를 설립해 근무했다. 그는 이 책 이전에도 꽤 재미난 책을 집필했는데, 대부분 심리학에 관련된 책이다. 그의 책이 다른 심리학책과 어떻게 다른지는 안 읽어봐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만큼은 부담스럽지 않게 읽기에 좋다.
총 여덟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캐릭터별로 나누었다기보다는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유형 혹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상황별로 나눠 오히려 타인이나 스스로에 대입해 생각해보기 좋다. 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구구절절 설명하는 방법 대신 『PEANUTS』 만화를 다량 수록해 책 읽는 재미를 더했으며, 만화 속 캐릭터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설명을 덧붙여 이해를 도왔다. 또, (심리학 책이라면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생각하는데) 그들의 성격이 옳다 그르다 판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그들의 삶을 포용하는 저자의 모습이 글에 묻어나 읽는 내내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PEANUTS』는 찰스 슐츠가 1950년 10월 2일부터 2000년 2월 13일까지 신문지면에 연재한 만화다. 이 만화는 75개국에서 2천600종의 매체에서 연재되었고, 만화를 만든 단행본이 3억 부가 넘게 팔렸다. 그야말로 만화계의 전설로 엄청난 인기를 휩쓸었다. 만화를 부담 없이 접하고 좋아하는 연령층은 대개 어린아이다. 그런데 신문에 연재한 만화가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건 어른들에게도 이 만화가 먹혔다는 뜻이다. 찰스 슐츠는 자신의 만화에 철학적이고 심오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그래서인지 『PEANUTS』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성격적 결함을 한 가지씩 가지고 있다. 『PEANUTS』의 스누피는 과대망상이 습관인 강아지로, 자신이 유명한 변호사라거나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찰리 브라운은 자신감이 없어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고, 패피(페퍼민트 패티)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모두 남의 탓으로 돌려버린다.
안녕하세요,
최근 거절 편지와 관련해 말씀드리자면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귀사가 내 소설을 출판하고
5만 달러를 보내주길 바랐어요.

몰랐나요?
—스누피

『PEANUTS』의 매력은 캐릭터들이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인데도, 사소한 것이나 말꼬리를 잡아 진지하고 심각하게 이야기를 진행해 씁쓸한 웃음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찰스 슐츠는 만화 속 캐릭터들의 이러한 대화 장면이 어색하지 않도록 그들의 심리상태를 불안정하게 설정했다. 그 점을 에이브러햄 J. 트월스키가 간파하고 『왜 스누피는 마냥 즐거울까?』를 집필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 『PEANUTS』의 캐릭터는 순전한 허구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의 다양한 특성을 대표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당장에 스스로를 돌아보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찰리 브라운의 성격 조금, 샐리의 성격 조금, 페퍼민트 패티의 성격 조금이 섞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