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September, 2020

청결강박

Editor.전지윤

『더러워도 괜찮아: 우리 아이 면역력을 키우는 미생물 프로젝트』
잭 길버트 외 2명 지음 한대희 옮김
RHK

올해는 6월이 되어서야 첫 등교를 하는 아이 가방에 늘 갖고 다니던 칫솔과 치약, 비누와 손수건을 챙겨주며 항균력 99.9%의 손세정제도 함께 넣어줬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말고도 신경과민증에 걸린 듯이 우리를 항균과 박멸에 집착하게 만드는 것들은 주변에 널려 있다. 매트리스 속 진드기, 설거지 후에도 남아 있을 세균, 아이가 만진 강아지 털 등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 유해 박테리아를 박멸해준다는 청소세제로 샤워실 안을 구석구석 닦는데 눈, 코와 목이 찡하다. ‘이렇게 독하지 않으면 어떻게 박테리아랑 세균을 죽이겠어?’ 하고 세균과 같이 죽어가며 열심히 청소하는 동안 ‘균이 문제인가, 살균이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에코데믹, 끝나지 않은 전염병』 등 이미 수많은 책으로부터 우리는 바이러스와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새로운 감염병의 책임이 전인류에게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인간이 무분별하게 환경과 생태계의 순환과정을 파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역습을 받게 된 것이다. 『오늘부터의 세계』에서 원톄쥔은 “현대화가 우리의 머리채를 잡아 대지 밖으로 던졌다”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 누구도 청결이 건강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더러운 것을 만지고 먹었는데 괜찮을까요?”이 질문만 던져놓고 정처없이 답을 찾아 웹을 떠도는 부모들을 위해 시카고대 외과교수이자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소 소장인 잭 길버트, UC샌디에이고 소아과, 컴퓨터과학 공학교수이자 마이크로바이롬 혁신센터 소장,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샌드라 블레이크슬리 등 세 명의 저자들이 나섰다. 이들은 ‘마이크로바이옴 전문가’이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옮긴이 주(註)에 의하면 미생물 유전체 또는 공생 미생물인데, 우리 인체 내에 우리와 공생하는 미생물 생태계를 뜻한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박테리아나 미생물은 본질적으로 해롭기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반드시 없애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미생물 세계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들”에는 “우리 몸 안팎에 (…) 매일 접하는 대부분의 박테리아는 단순히 온순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우리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미생물을 박멸한다는 것은 우리의 목숨을 담보해야 하는 위험한 행위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들 저자는 책의 목표를 과학적 연구와 자료, 증거들에 기초하여 부모들의 궁금증에 대답하고 미생물과 건강의 관계를 이해하는 신뢰할 만한 방법을 제공하는 것으로 삼았다. 실제로 이 책은 수많은 부모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을 미생물과 임신, 출산의 관계, 모유 수유와 아이의 건강, 항생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 식단, 아이들의 장과 면역력, 박테리아 원인의 우울증, 백신접종에 대한 오해, 청결 강박에 의한 질병, 신뢰할 만한 검사에 이르는 항목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현대 과학이 아직은 완전한 효과를 입증하거나 장기적 영향력을 단정하기에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강하게 조언한다.
“아이에게 반드시 예방접종을 시켜야 합니다. 위험한 병원균에 대한 아이의 면역체계를 강화시키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 아이에게 가능한 미생물의 다양성을 많이 경험하도록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동물들과 교감하는 기회를 주고, 흙장난도 치게 하며, 강과 개울과 바다에서 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친구들과 놀고 있다. 바닥에서 구르고 나뭇가지를 주워 들고 서로 바닥에 긁고 난리법석이다. 뭐가 재밌는지 서로 마주보고 낄낄거리는 모습을 보고 마음 속으로 다짐한다. “그래, 좀 더러워지면 어때. 신나고 행복하게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