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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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e, 2016

스마트한 중독이라는 착각

Editor. 박소정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지음
청림출판

길을 걷다 주위를 살펴보면 손바닥만 한 화면에 코를 박은 채 어슬렁거리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치 좀비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기도 한다. 컴퓨터의 시조라 불리는 영국 과학자 앨런 튜링은 오늘날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모든 미디어는 특정 기술을 희생하는 대신 다른 특정한 인지적 기술을 발달시킨다.” —본문 중
네트워크 속도가 빨라지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며 우리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전 세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더욱 많은 일을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디어에 쏟아붓는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은 모순적이다. “왜 프로그램을 짜다가 이메일을 확인하느라 작업에 방해를 받고 산만해지려는 거죠?” 멀티 태스킹 기술이 처음 나왔을 당시 시연 과정을 지켜보던 한 과학자가 화가 난 듯이 질문을 던졌다. 모두가 혁신적인 기술에 넋이 나가 있던 당시에는 화제가 되지 못했던 질문이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것을 경험하고 있다. 스크린을 통해 동시에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능력과 비판적 사고 능력, 상상력등 ‘인간적인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한 과학자는 ‘우리가 인터넷에서 정신없이 정보를 받아들이고 일을 할 때의 뇌는 십자말풀이를 하면서 책을 읽는 것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 즉 혼란 그 자체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문화를 주도하던 인쇄 매체는 전자혁명 이후 서서히 힘을 잃으며 자신의 자리를 스크린에 내주었다. 장문의 실험 기사로 인기를 끌었던 『롤링 스톤』의 발행인은 “7,000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긴 이야기를 실었을 때는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이라며 짧은 글과 리뷰 위주의 글을 싣는 이유를 밝히며 시대의 흐름을 역설했다. 잠들기 전까지 정보의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며 의미 깊은(?) 메시지를 주고받는 우리는 과연 스마트해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스마트해지고 있다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건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