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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1

부모는 처음이라

글.전지윤

박학다식을 추구했지만 잡학다식이 되어가는 중. 도서관의 장서를 다 읽고 싶다는 투지에 불탔던 어린이. 아직도 다 읽으려면 갈 길이 멀다.


『초등 감정 수업』
조우관 지음
유노라이프

“얘, 칭찬을 받으면 감사합니다, 라고 해야지.”
“엄마 그거 칭찬이야? 몰랐어. 감사합니다.”
이런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아이가 본인에게 하는 칭찬인 줄 모르고 있다가 강요 아닌 강요를 받은 뒤에야 뒤늦게 감사 인사를 건네는. 칭찬 행위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한 것인지 혹은 예의가 없어서인지,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칭찬받으려고 한 게 아닌데 칭찬받았으니 감사하다고 하라니까 물어본거야. 그리고 다들 눈은 엄마를 쳐다보면서 말하니까 정확히 나에게 칭찬한 건지 아닌지 헷갈려. 정말 나를 칭찬한 거라면 언제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이는 본인이 마주한 상황에 대한 심경을 솔직하게 표현했고, 그 표현은 응당 아이다운 미숙함을 보여주는 것인지라 나는 이내 할 말을 잃었다. 아이에게 예절교육을 가르치기에 앞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엄마로서 아이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다독여주는 일이었다.
3월은 유독 긴장되고 설렌다. 유치원에 다니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6년 동안 정든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교복을 입는 중학생이 되는가 하면 새 학년 새 학기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여러 불편함과 맞닥뜨리기도 한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학부모들도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파생되는 일들로 인해 무척 예민해지는 시기다.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이즈음부터 아이와의 기 싸움이 심화되고 그로 인해 서로 간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 감정 조절은 늘 어려운 문제다. 감정에 휘둘리다 결국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여러 심리적, 신체적 스트레스를 떠안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감정을 온전히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이와 잘 교류할 수 있을까?
감정코칭 전문가 조우관은 스트레스의 근원을 ‘감정의 불편함’ 때문이라 설명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들여다 보지 않고 그 감정과 연관된 사람과 상황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흔히 그 사람만 피하면, 이 상황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나아지리라 여기는데, 조우관은 이 같은 회피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초등 감정 수업』에서 아이에게 안정된 정서를 심어주고 엄마의 불안감까지 해소해 줄 수 있는 감정 다루기의 기술을 알려준다.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친숙한 사례들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 감정 조절법을 전수하는 한편, 엄마와 아이가 함께 감정을 표현하고 공감받음으로써 가꿀 수 있는 행복한 감정생활 팁도 소개하고 있다.
부모도 사람인지라 어떤 상황에서도 늘 침착하고 친절할 수는 없다. 아이가 눈앞에서 버젓이 잘못된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데 어찌 차분하게만 대응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저자의 조언처럼 우리 부모들은 명심해야 한다. 초등학생은 혼자서 감정을 세분화하고 이를 조율하는 일이 어려우므로 반드시 부모의 이해와 배려,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모든 관계가 그렇듯 감정 또한 상호작용하는 것임을, 교육은 기능이나 효용이 아닌 수 많은 감정적 정보가 오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매일 달라지는 아이를 보며 오히려 내가 울고 싶다 징징대는 부모, 혹은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아이에게 화를 낸 뒤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라면 이 책에서 유용한 충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긴 호흡 속에서 아이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이성적으로 돌아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겠다.
감정을 느끼고, 똑바로 인지하고, 표현하고 다스리는 연습은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분노와 내면의 불만족이 엉뚱하고 기괴한 방법으로 해소되는, 하루하루 병들어가는 사회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상의 작디작은 경험과 복잡 미묘한 감정이 모여서 작은 인간은 사회화되고, 어느덧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부모의 행동을 관찰하고 흉내 내고, 부모의 감정을 고스란히 먹고 자란다.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감정을 알아차려 가는 길에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줄 이 책으로부터, 우리 모두 계속 배워가면 좋겠다. 부모는 누구에게나 어렵고, 부모도 아직 그렇게까지 어른은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