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rch, 2021

한 걸음 더

글.김지훈

책방마니아. 독립출판 컬렉션을 수집하고 정리하여 소개한다.


『코로나 학번 하이퍼리얼리즘』
TYY(강민경 외 5인) 지음
독립출판

강원도 양양 농촌 봉사활동을 통해 연을 맺은 6인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소개한다. ‘코로나 학번’인 20학번 대학생으로 살아가며 이런저런 경험을 하나씩 해나가는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이들의 활동은 팬데믹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대부분 집 안에서 이루어진다. 희망과 좌절, 성취와 실패가 뒤섞인 이야기의 일부를 공유한다.
최연 – 크라우드 펀딩
최연은 고등학생 때 펀딩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경험이 있다. 심기일전하여 이번에는 드림캐처 모양의 에어팟 케이스를 펀딩하기로 한다. 직접 발로 뛰어 부자재를 구입하고, 디자인 작업까지 마친 뒤 시제품 제작에 성공하지만, 제품 촬영을 진행하려했던 사진 스튜디오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인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다는 통보를 받는다. 하는 수 없이 카페와 길거리, 친구 집 등을 방문하여 어렵게 사진 촬영을 마친다. 하지만 이번 펀딩도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최연은 1학년 2학기 때 수강한 마케팅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복기하며 자신의 펀딩 실패 요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짐한다. 만만치 않은 세상, 가만히 멈추고 앉아 멀뚱멀뚱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지는 않겠다고. 도전의 결과가 항상 성공이라는 법은 없다고, 또다시 부딪쳐보겠다고.
강민경 – 나를 찾는 글쓰기
강민경은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면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신나는 일상을 포기해야 했고, 스무 살이 되면 하고 싶었던 대부분의 일들이 여전히 기약 없이 멈춰 있다. 게다가 아직 자신이 진정 무얼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른다. 이에 강민경은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첫 번째 단계로 글쓰기를 택한다. 일단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기분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데, 계속 쓰다 보니 자신에 대해 곰곰이 들여다보게 되고, 글 쓰는 재미도 조금씩 알게 된다. 글쓰기를 통해 강민경은 비로소 자신만의 곧은 줏대를 세울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을 아끼고 존중하면서 나만의 행복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이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꿋꿋이 지켜내려는 강민경의 다짐이다.
유다영 – 코딩과 독서
유다영은 캠퍼스 생활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안고 개강일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때를 떠올리며 글을 시작한다. 그 모든 희망이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수시로 뒤바뀌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휘둘려 자신의 생활도 결국 어영부영 게으르게 흘러갔음을 고백한다. 이에 1학년 2학기에는 보다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로 생활할 것을 결심한다. 그는 1학기에 수강했던 과목 중 복잡하고 어렵다는 핑계로 흐지부지 넘겨버렸던 ‘파이썬Python’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마스터하는 한편, 제2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택하기로 한다. 직접 애플리케이션도 만들어보고 홈페이지도 제작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알고리즘의 오류를 찾아내는 성취감도 느껴가면서 코딩 전문가라는 꿈을 갖게 되었다.
기운이 없고 허탈한,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탈진감을 느끼는 것이 어느덧 당연하게 느껴지는 팬데믹 상황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왔다. 서로에게 건네는 격려를 발판 삼아 각자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의욕적인 모습에 존경을 표한다. 이들의 빛나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집 밖으로 옮겨지는 때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