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il of Tales 동화 꼬리잡기

내 친구를 찾습니다

에디터 전지윤 자료제공 밝은미래

런던에 가면 내셔널 갤러리에는 꼭 가봐야 한다는 엄마의 호소에 우리집 어린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모르는 사람들 초상화만 보는 것보다 이렇게 갤러리 앞에 앉아서 아이스크림도 먹고 길 건너 서점에 가서 책을 보는 게 더 좋아.” 그렇게 거부 의사를 표하던 아이는 우연히 마주친 장식 미술 앞에서 작게 새겨진 글씨까지 확인하는 집중력과 관찰력을 발휘했다. 잠시 또 잊고 있었다. 아이에게 강요한다고 될 일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기회를 주되 기다리는 것, 아이의 솔직한 반응을 존중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아트를 찾아서
“내가 친구 아트한테 5번가 53길 모퉁이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거기서 이 모든 게 시작되었어요.” 5번가를 따라가다 53길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바로 그곳을 말하는 게 아닐까? 뉴욕현대미술관 말이다! 애칭 ‘모마’로 더 자주 불리는 이곳 근처는 높다란 빌딩들이 많고 차와 사람으로 늘 붐비는지라, 길가에서 친구를 만나기 쉽지 않을 텐데 큰일이다. ‘아트’를 만날 수 있는 길을 묻는 주인공에게 상대방은 모마라는 아름다운 건물을 알려준다. 하지만 여전히 아트는 보이지 않는다. 양복에 배지를 단 남자에게 다시 길을 물었으나 “모마를 말하는 것이냐”며 똑같이 되묻는다. 혹시 그들만의 비밀 암호인가 싶어서 “그럴걸요”라고 대답하니 딱 맞춰 잘 왔다며 반갑게 문을 열어준다. 영 만나기 쉽지 않은 친구, 아트는 정말 여기 있는 걸까?
주인공은 안내하는 사람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엔 만나야 할 친구 아트 대신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걸려있다. 이후 이 방 저 방 쏘다니면서 앤디 워홀의 〈금빛 메릴린 먼로〉, 에드워드 루샤의 〈으윽(Oof)〉,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공놀이 소녀〉와 같은 그림들을 지나고, 알렉산더 칼더의 〈검은 과부 거미〉처럼 커다란 작품이 있는 곳도 지난다. 앙리 마티스의 〈붉은 화실〉을 보고서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도대체 내 친구 아트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하고 같이 가자. 아트를 만나게 해 줄게”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만난 사람들은 주인공을 데리고 다니며 수많은 작품을 보여주고 예술가의 의도, 선의 형태, 배열과 구성, 색채가 주는 분위기 등을 이야기하며 감상을 나누고 싶어한다. 주인공을 놀리거나 곤란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트 찾기를 도와주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그들이 보여주는 작품 모두가 “내가 찾는 아트는 아니란” 것이다. 나만 아는 내 친구는 결국 혼자서 찾아야 하는 일인가 보다.
진짜 아트? 가짜 아트?
주인공과 함께 아트를 찾아 한참 미술관 안을 누빈 우리 아이는 과연 아트를 만났을까? “내가 제일 재밌다고 생각한 건 바로 에드워드 루샤라는 사람의 (Oof)야. 그리고 클로드 모네의 그림도 직접 보면 아주 멋질 것 같아. 아, 그런데 털로 만들어진 컵이랑 접시, 스푼은 징그럽고 웃겼어. 입에 음식은 안 들어가고 털만 가득할 것 같아.”
현대미술은 어렵고 생소하다는 고정관념이 강하다. 대부분의 어른조차도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는 일이 빈번하다. 그렇지만 친구 아트를 찾아 뉴욕현대미술관을 누비다가 어떤 작품은 그냥 지나치고 어떤 작품은 기억에 깊이 남기는 주인공처럼, 그저 즐겁게 감상하는 일도 충분히 의미 있는 행위이다. 오히려 지식을 바탕으로 까다롭게 작품에 다가가는 것보다 보는 이의 창의력과 상상력, 표현력을 훨씬 유연하게 자극하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July21_TailofTales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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