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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uary, 2018

궁극의 소비법

Editor. 박소정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 살기 위한 걸음마를 배우는 중.
세상의 다양한 적에 맞서 비타민, 오메가3, 유산균 등을 섭취 중.
집사가 될 날을 고대하며 길고양이들과 교감 5년 차, 고양이만이 세상을 구하리라!

『궁극의 미니멀라이프』 아즈마 가나코 지음
즐거운상상

‘아껴 써라!’ 어린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맞벌이를 하고 계신 부모님은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 만큼이나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다. 어마어마한 부잣집 자식이 아닌 이상 아끼며 살아야 하는 것은 운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검소함의 미덕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한 것은 근래의 일이다.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며 단순히 무엇을 사고, 어디를 가야만 돈이 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집을 얻어 사는 것부터 물과 전기, 인터넷 및 통신을 이용하는 것,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보험비까지 먹고 산다는 것은 결국 돈을 쓴다는 말과 같은 말이었다. 때문에 ‘가능하면’ 화장품은 세일 기간에 사고, 테이크 아웃 커피 대신 커피믹스를 마시고, 통신사 및 카드할인은 꼭 받으며 검소하게 살아가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내공이 현저히 부족한 탓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라며 산 물건 때문에 방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별나다’란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이게 일상입니다.
돈을 쓰지 않고 나의 노동력을 쓰는 것.
이런 생활이야말로 제게는 최고의 ‘호사’랍니다.

충동구매 탓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란 ‘신박한’ 제목의 책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도쿄 시내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중반의 주부 아즈마 가나코씨가 쓴 에세이로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미니멀라이프의 끝을 보여준다. 총 네 명의 식구가 한집에 사는데 한 달 전기요금이 500엔(한화 5,000원)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또한 이 집에는 그 흔한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가 없다. 21세기 도시의 가정집에서 말
이 되는 이야기일까 싶지만 실제로 그녀는 오랜 시간 이런 삶을 유지해왔다. 식료품은 정확히 필요한 양만큼 사는 걸 원칙으로 하고 상온에 보관할 수 없는 것은 빨리 먹어 없애거나 장아찌 같은 보존식으로 만들어 두고두고 먹는다. 세탁의 경우 직접 손빨래하며, 청소는 빗자루와 걸레만으로 충분하다. ‘너무 불편하지 않을까’ 싶지만 그녀는 긴 안목에서 바라보면 편리한 삶이 오히려 불편하다고 이야기한다. 가전제품과 다양한 물건으로 들어찬 집은 청소와 정리정돈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편리한 삶을 좇는 것은 한도 끝도 없으며 이러한 생활은 결국 우리의 몸과 머리를 점점 쓰지 않게 하고 결국 퇴화시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유별나다고 말할 정도로 저자가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게 된 것은 어릴 적 잊지 못할 경험의 영향이 크다.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던 도쿄 오타 구에서 태어난 저자는 어릴 적 놀이터 삼아 놀던 깨끗한 강이 잿빛으로 변하는 과정을 목격하고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다 광화학 스모그 경보에 급히 집으로 돌아가는 등의 경험을 통해 일찍이 자연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또한, 소박한 삶을 추구하도록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은 그녀의 할머니 덕이 크다. 젊은 시절 전쟁 중 공습으로 모든 걸 하루아침에 잃은 할머니는 당시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뼛속 깊이 느껴 저자에게도 아끼는 삶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덕분에 할머니는 현재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지팡이 없이 꼿꼿하게 걸어 다니며 대부분의 집안일을 혼자 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할머니가 소박한 삶을 살면서도 ‘즐거운 생활’ 을 유지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아끼는 것을 강요하는 대신 음식물을 땅에 묻을 때나, 바느질할 때, 풀을 뽑을 때도 항상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으며 절약하는 삶의 즐거움을 몸소 보여주었다.
일부러 큰 힘을 들여 소박한 삶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이어져 온 저자의 미니멀라이프를 보면 어느새 ‘절약=불편한 삶, 소비=즐거운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소비가 미덕으로 권장되는 시대에 한순간에 절약을 즐거운 생활로 받아들이기는 꽤 힘든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인식에서 벗어나 절약이 즐거울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나아가 지갑을 열 때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뤠잇’한 생활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