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 인터뷰

재미있고 단단한 소설
소설가 손솔지

에디터: 유대란, 사진: 김종우

손솔지의 『먼지먹는 개』의 주인공인 중학생 소년 ‘지후’는 반려견 ‘후’가 실종되며 망상과 원인 모를 피부병에 시달린다. ‘후’의 실종을 중심으로 가족과 주변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가 하나씩 펼쳐지며 천국과 지옥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는 세계에서 막다른 골목에 처한 절박한 인간의 모습이 그려진다. 황량한 도심에서 벌어지는 기묘한 사건들, 그리고 사람들이 풍화돼 세상에서 사라지게 한다는 약물 ‘더스트 빈’은 인간 본성에 관한 우화적 표현일까? 우리의 현실일까?
등단작 ‘한 알의 여자’로 문장력이 뛰어나고 미학적 장치에 능숙한 작가라는 호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았던 작가의 첫 장편소설과 글쓰기에 관해 물었다.

Chaeg: 소설 속 ‘더스트 빈’이라는 비도덕적인 상품이 흥미롭습니다.
구상의 계기나, 단서가 된 게 있는지요?

흔히 집 안팎에서 볼 수 있는 상품 중에 ‘물먹는 하마’ 같은 이름의 제품들이 있잖아요. 동물의 특성을 이용한 기발한 네이밍일 뿐이지만, 습기나 악취를 넘어서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독성물질 같은 것을 없애줄 수만 있다면 그게 진짜 하마나 개, 고양이, 쥐여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말로 태연하게 다른 생명을 이용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가만히 살펴보면 일상 속에는 잔인한 상품들이 많이 있어요. 엄지를 세운 채 웃고 있는 닭의 캐릭터가 들어간 달걀판 라벨지라던지, 배를 두드리며 포만감에 미소 짓는 돼지의 얼굴이 들어간 고깃집 간판 같은 것들이 그렇죠.

Chaeg: 평소 동물, 환경에 관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일기를 쓸 줄 알게 된 나이부터 집에 개가 있었어요. 그래서 개에 대한 에피소드가 참 많아요. 초등학생 때는 수의사가 꿈이었던 적도 있어요. 개가 늘 곁에 있었고, 자연스럽게 환경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어요. 우리 사회는 너무 자연스럽게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잖아요. 그 안에서 개뿐만 아니라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이 소외된 채로 지내고 있다고 보여요. 인간의 언어로 불평할 수 없을 뿐이죠. 또 인간은 배신을 당하거나 이용당하면 마음속에 독을 품거나 한순간이라도 복수를 꿈꾸기 마련인데, 그런 인간의 이기심을 비판하지 않는 개라면, 배신에 대한 괴로움과 슬픔을 공기 중에 풀어지듯 놓아버리고 떠날 것 같았어요. 누굴 이용해서라도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이 세상의 끝은, 결국 허무일 뿐이라고 가르쳐주기라도 하듯이, 그렇게 사라질 것 같아요. 그래서 이야기의 제목을 ‘먼지먹는 개’라고 지었어요.

Chaeg: 동물 자체도 그렇지만, 복잡하고 거대한 사회에서 폭력에 노출되는 약자 모두에 대한 메타포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람은 다 그렇겠지만, 자신과 관련된 일에 가장 먼저 눈이 가요. 그래서 여자로 살아가는 데에서 겪는 두려움, 제 반려견과 반려묘를 밖으로부터 지켜야 한다는 불안감도 있고, 자연스럽게 ‘사회적 약자’의 삶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돼요.

Chaeg: 그런 면에서 현대판 우화의 성격도 지닌 것으로 보이는데, 소설을 쓰실 때 인간의 선에 대해서 생각하셨나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소설에는 답이 없어요. 각자 숨은 뜻을 찾아내거나 그 안에서 깨달은 바가 있을 때 그것이 맞는지 틀린지 누가 채점해줄 수 없어요. 그런 자유로움이 바로 소설의 매력이고요. 오히려 어떤 부분에서는 반대라고 볼 수도 있어요. 저는 어릴 적에 ‘착한 아이 증후군’에 빠져 있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행동해도 괜찮을까?’ ‘사람들이 미워하거나 혼나지는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나는 나쁜 걸까?’라는 고민에 잠겨 있었어요. 그만큼 우리는 남에게 검사받고 채점받는 삶에 익숙한 것 같아요. 그래서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채로 착한 어른 증후군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고요. 그런데 ‘착하다’라는 말이 얼마나 나빠요. 우리는 나쁘거나 이상한 생각은 배제한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아요. 제가 소설의 가장 좋아하는 점은 ‘나빠도 된다’는 거예요. 왜 나쁜지, 나쁘다는 게 무엇인지는 스스로 생각하고 찾아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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