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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1

정다운 고양이와 거북이

글.전지윤

박학다식을 추구했지만 잡학다식이 되어가는 중. 도서관의 장서를 다 읽고 싶다는 투지에 불탔던 어린이. 아직도 다 읽으려면 갈 길이 멀다.


『수화로 말해요』
아키야마 나미, 가메이 노부타카 지음
서혜영 옮김
삼인

이 책은 교토에 살고 있는 고양이와 거북이 부부에 관한 이야기다. 혹시 동화책이냐고? 사실 고양이와 거북이는 부부가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귀여운 별명 이외에도 이 부부에게 특별한 점이 한 가지 더 있는데, 고양이인 아내는 농인이고 거북이인 남편은 청인이라는 것이다. 어느 부부에게나 출생, 성장 배경, 습관, 세계관에 이르기까지 수만 가지의 차이점이 있다. 고로 부부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노력은 필수 덕목이다. 그럼에도 이 교토의 부부가 가진 ‘들린다’와 ‘들리지 않는다’의 문제는 부부로서 두 사람이 가진 모든 차이를 뛰어넘는 때가 많다.
“고양이가 거실에서 비디오를 보고 있었다. (…) 귀에 보청기를 끼고 거기다 또 음량을 최대로 올린 헤드폰을 대고 텔레비전 배우의 입 모양을 본다. 그러면서 ‘배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 한다. (…) 소리가 완전 제로는 아닌가 보다. 하지만 그건 뜻을 전달하지 않는 애매모호한 소리의 덩어리다.”
아키야마 나미와 가메이 노부타카의 『수화로 말해요』는 조금 특별한 부부의 일상을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부부는 농인과 청인의 접점에서 어떤 차이를 마주하는지 보여주고, 이를 이해하려는 과정과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상에서 겪는 차별이나 장애를 가진 이를 향한 편견이 어떤지 드러내기도 하고, 일본 대학에서 농인에 대한 수강권을 보장하고, 장애를 지닌 학생 전반에 대한 지원을 내실화하기 위해 활동하게 된 모습도 담아내면서 우리가 평소 무겁다고만 여겼던 주제 또한 자연스럽게 끄집어낸다. 부부는 울퉁불퉁하고 가파른 경사로처럼 걷기 힘든 길도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름을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라면 뜨거운 논쟁도 피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모든 순간, 서로의 마음 가장 밑바닥에는 배우자의 입장을 더 생각하고 미리 배려하려는 마음이 촘촘히 깔려있다.
“고양이가 귀를 얻는 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한다 한들 농인을 100퍼센트 청인으로 바꾸는 방법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 고양이가 요구하는 것은 단지 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최종적인 관심은 ‘들리는 것’ 그 자체가 아니라 ‘정보가 커다란 가치를 지니는 사회 속에서 기분 좋게 사는 데’에 있다. (…) 반면에 내가 수화실력을 향상시키는 건 노력하면 할 수 있는 일이다. 100퍼센트 농인 수준이 되는 건 평생 걸려도 못하겠지만 조금씩 향상시켜갈 순 있다. ‘손을 줘’하는 건 나의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고양이와 거북이 부부는 지혜롭고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청인의 세상에서 농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보여준다.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누군가의 장애와 그로 인해 겪어야 했을 불편에 이다지도 무심할 수 있었는지 자책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내 마음으로 미안해하는 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자고 다잡게 된다. 소외되었던 이들에게 손 내밀고, 그들이 세상에 온전히 제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우리 각자의 몫에 힘을 쏟는 것이야말로 그 미안함을 만회할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