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Why so Blue?

파랑 속으로 사라질 푸나푸티

에디터. 지은경 / 자료제공. Kehrer Verlag

재작년쯤 남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섬나라, 투발루의 정치 지도자인 사이먼 코페(Simon Kofe)장관이 허벅지까지 올라온 물속에서 연설하는 장면을 뉴스로 봤다. 해발 고도가 3미터 정도로 낮다 보니 이미 두 개의 섬은 물에 잠겼고, 머지않아 모든 섬이 잠길 위기라며 전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피지와 호주 등에 이민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했고 뉴질랜드만 유일하게 허락해 2002년부터 순차적으로 이민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투발루는 오세아니아의 폴리네시아에 있는 섬나라다. 바티칸시국과 모나코, 나우루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은 나라다. 푸나푸티는 독립국가인 투발루의 수도이자 투발루를 구성하는 아홉 개의 환초 중 하나로, 드넓은 태평양 한가운데 겨우 2.8km2를 차지하고 떠 있는 놀랍도록 작은 땅 조각이다. 약 30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졌으며 투발루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짙은 파랑의 하늘과 선명한 파랑의 라군으로, 온통 파란빛의 풍경을 자랑하는 이 아름다운 섬은 곧 사라질 것이다.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 속으로 수십 년 안에 잠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이 외딴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사진작가 줄리아 드 쿠커Julia de Cooker와 그의 여동생인 작가에밀리 드 쿠커(Émilie de Cooker)는 투발루의 어두운 운명을 직면하고 특별한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그들을 이끈 이유가 암울한 호기심임에도 불구하고 드 쿠커 자매는 환초에서의 즐거운 일상을 그리는 데 집중했고, 삶과 세상을 점유하는 방식에 대한 피할 수 없는 성찰로 안내한다. 『Funafuti i aso nei (today)』는 예술적이고 철학적인 파란 푸나푸티의 초상을 제공한다. 물에 잠겨가는 가운데에서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여전히 학교와 직장에 다니고 매일매일 펼쳐지는 파란 일상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생활한다. 드 쿠커 자매의 프로젝트는 글로벌 표준화에 반대하고 생명을 창조하는 다양성을 돕는 탄원이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장소에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며 생겨난 투발루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은 비극으로 물들어 있다. 해수면의 상승이라는 냉혹한 결과가 섬의 소멸이라는 위협으로 임박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군도를 바다로 밀어 넣는 끔찍한 상황을 결코 무시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암울한 걱정보다는 현재 그곳에서 인도되는 삶, 타오르는 태양 아래서 노래와 춤으로 가득한 삶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우리는 군도의 문화적 독특함을 탐구하고 평범하지 않은 것과 평범한 것들 모두를 살펴봤다. 그리고 이것이 삶의 평정을 흔드는 도전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자 했다. 여기, 이 작은 섬 조각에서 드니 디드로(Denis Diderot)는 자연을 벤치마킹하며 솔직함을 기리기 위해 가치를 뒤집는 기술을 선보인다. 그리고 관용을 호소함으로써 완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바스락거리는 야자수 아래 평화로운 파란색의 라군 옆, 불타는 모래 위에 서서 나는 장자크 루소의 작품에 스며드는 자연상태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나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는 인간이 땅을 소유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논쟁의 여지가 있는 전제를 믿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토지의 전유는 인간 사이에 불평등을 낳고, 자연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게 만든다. 모든 것이 우리의 통제 하에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자연의 급속한 파괴를 배경으로 투발루 사람들과 자연의 오래된 관계를 목격하는 것은 자연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과잉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가 자연과 균형 잡힌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을 재발견 할 때이다. 이것은 현대 생태학의 도전이자 줄타기이며 궁극적으로는 지혜의 도전이기도 하다.
줄리아 드 쿠커는 스위스 로잔의 예술학교(Ecole Cantonale d’Art de Lausanne)에서 2012년에 학위를 받았고, 환경사진 축제에서 푸나푸티 프로젝트로 결선에 진출했다. 줄리아는 환경에 관한 사진을 주로 찍으며 세계 곳곳의 자연과 그곳에서의 삶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한다. 2017년 Kehrer Verlag 출판사는 북극 근처의 독특한 커뮤니티에 관한 책인 『Svalbard, an Arcticficial Life』를 출간한 바 있다. 에밀리 드 쿠커는 교육 과학 및 철학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노르망디에서 승마 센터를 운영하며 코칭 기술을 개발하고 동시에 철학을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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