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Why so Blue?

파란 자유를 향해 닻을 올려라

에디터. 지은경 / 자료제공. Gestalten

누구나 자신만의 안전지대가 있다. 다수의 사람에게 그 안전지대는 집이고, 몇몇에게는 좋아하는 공원이나 카페의 한 구석이다. 가끔 우리는 그렇게 익숙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모험을 떠나는 상상을 한다. 낯선 장소를 탐색하는 일은 삶에서 제법 중요하다. 익숙함을 떠나 다른 환경에 처할 때 벌어지는 인지의 기이함 때문이다. 그것은 일상에만 머물던 평범한 생각의 폭을 넓히고 전혀 관계없는 것들 사이를 연결하면서 수많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탄생시킨다.
우리는 파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배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상상을 하며 “아! 이 얼마나 호사스러운 삶인가!” 생각한다. 파란바다와 그 위로 드리워진 파란 하늘의 광활함에 감탄하고 일렁이는 물결에 모든 것을 맡겨 보기도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빛과 물빛을 관찰하고 구름의 모양을 바라본다. 혹등고래나 귀여운 돌고래 무리와 만나는 경이도 경험한다. 겨울철 환상적인 북극광의 춤을 감상하고, 가끔은 바닷속으로 뛰어들어 고요하고 깊은 물 속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배 안에 기거하면 온갖 크고 작은 모험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어떤 모험은 위험을 감내해야 하고, 어떤 모험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어찌 되었든 배를 탄 삶은 우리를 안전지대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안정감을 앗아간다. 그리고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삶은 바다위에 떠 있는 배와 닮았다는 것을, 우리의 의지에 따라 어떤 항해를 하게 될지 결정되겠지만 동시에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항해는 고속도로나 철도처럼 지정된 길이 없다. 드넓게 펼쳐진 물이 일렁일 뿐이다. 바람과 파도가 뱃머리의 방향을 가로채기도 할 것이다. 물결의 모양에 따라 위험한 곳과 안전한 곳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기록과 노하우 덕분이다. 『BOATLIFE』는 새로운 전망을 제시하여 색다른 문화와 끝없는 모험을 감행하도록 부추기는, 유목민적인 생활방식을 그리는 책이다. 숨을 앗아가는 아름다운 풍광들과 일러스트 지도, 항해일지와 유용한 정보를 가득 싣고 있어 모험심에 영감을 불어넣는다.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다양하고 유연한 업무방식이 탄생했다. 컴퓨터만 있다면 꽤 많은 일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것은 보트 생활자의 수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았다. 방랑자적 삶은 한시도 몸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성가시고도 묵직한 노동이 언제나 뒤따르지만, 마음속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하다.
소셜미디어의 도움으로 보트라이프 커뮤니티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세계 곳곳에서 뚝뚝 떨어져 살던 떠돌이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각자의 항해를 공유한다. 혼자서, 커플이, 심지어는 가족 단위로도 작은 중고 보트를 구입해 항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특별히 많은 경험이 있는 것도, 또 모두가 부유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무언가를 원할 때 그저 시작하라는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바다 한가운데서의 삶은 자연환경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며 되도록 최소한의 발자취를 남기려 노력하게 만든다.
보트라이프는 언뜻 밴 라이프(Van Life)와 비슷하게 여겨지기도 하지만 여기에는 큰 차이점이 있다. 둘 다 미니멀리즘적 삶을 지향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자연환경과 마주하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여행 방식이지만, 밴라이퍼(Van Lifer)와 달리 보트라이퍼(Boat Lifer)는 느리게 사는 방식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밴라이퍼가 시속 60킬로미터로 지평선을 향해 달릴 때 보트라이퍼는 자전거 속도로 바다 위를 유영한다. 느린 속도에 지루할 틈은 없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수반되는 모든 활동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대자연 앞에서 우리 삶의 진정한 목적은 좋은 학교와 연봉 높은 회사, 화려한 인맥도 아닌 생존 그 자체다.
『BOATLIFE』는 지중해를 시작으로 북대서양, 카리브해, 남태평양, 북해와 북극해, 발트해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바다 환경은 물론 그에 따라 달라지는 보트 위에서의 생활방식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새로운 대륙에 정박해 다른 방식의 삶과 지형, 산책, 음식, 문화를 만나고, 바다 위에서 즐길 수 는 다양한 레저활동을 소개한다. 그리고 책은 바다와 하늘이 지닌 각양각색의 파랑을 선사한다. 한없이 맑은 파랑, 검정에 가까운 깊은 파랑, 붉은 노을이 물든 파랑, 초록의 넘실대는 북극광을 머금은 파랑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파란색 안에서 얼마나 고요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BOATLIFE』의 시원한 페이지들을 넘기다 보면 문득 작은 배 안에서의 세상과 드넓은 세상을 번갈아 마주하며 인지의 기이함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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