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eg’s choice

책이 선택한 책

May, 2018

다시, 오늘부터 새로운 인생

Editor. 지은경

농사에 관한 작은 잡지를 만들며 만났던 농부들을 보고 자신이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언지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의 것을 내려놓을 마음도 없는, 즉 이도저도 아닌 경계선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서 있는 것 같아 심장이 자주 벌렁거린다.


『에코하우스로 오세요』 크리스타 오리어리 지음
판미동 출판사

지난여름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 사는 친구네 집에서 머물렀었다. 3살 된 꼬마 펠릭스와 한 살배기 셀마가 태어나고부터 이들은 마당에서 모든 채소와 과일을 직접 길러 먹는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으며 와이파이도 인터넷 사용 시가 아니면 꺼 놓고, 매일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근처 산에 오른다. 집에는 아름답고 독특한 디자인의 물건들로 가득한데, 이들은 자신들의 물건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유통과정을 거친 것들인지 자세히 알고 있었다. 유명 고가 브랜드의 제품은 물론 없었다. 텔레비전이 놓여야 할 자리에는 큼지막한 벽난로와 장작이, 벽과 바닥은 시멘트 대신 흙과 돌, 따스한 느낌의 나무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종 몸에 좋다는 영양제나 건강보조제 등은 ‘사기 행각’이라고 했다. 즐겁게 불편함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너무 유난스러운 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왠지 한없이 주눅 들며 작아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들의 생활방식이 옳은 것임에는 어디까지나 틀림이 없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며 타협도 필요하고 싫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방식도 있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그 친구들은 “글쎄, 그게 그렇지가 않다고. 우리의 생존과 관계된 일이고 미래에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한다면 한가로이 ‘어쩔 수 없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 하겠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야”라고 말할 것이다.
이들처럼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누리며 살고 싶지만 현실에 부딪혀 좌절하는 나와 같은 사람에게 큰 도움을 줄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책 『에코하우스로 오세요』는 먹거리와 홈 인테리어, 그리고 마음가짐에 이르기까지 삶의 모든 것에서 독소를 몰아내고 깨끗함으로 채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방법들이 결코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 길들이기, 독소 없는 집을 위한 집안 해독 프로젝트, 몸에서 질병과 독소 몰아내기, 고요한 마음과 명상의 삶, 욕심을 부리지 않는 계획 세우기와 매사에 행해지는 올바른 선택들. 그리고 삶에서 얻을 수 있는 갖가지 아이디어와 즐길 거리에 더불어 맛있는 요리 레시피들도 알려준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에서 포장하는 어여쁜 말들을 순진하게도 그대로 믿어왔다. 그 결과 우리 몸과 마음은 피폐해졌고 삶은 더욱 각박해졌다. 그러나 이제 와 누구를 탓할 순 없다. 선택은 언제나 우리의 몫이었으니까. 모든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또 그대로 살아지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제대로 터득하게 된 나는 점차 생활의 비전을 바꾸는 연습에 돌입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르쉐@’와 같은 건강한 장터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고 맛있고 깨끗한 먹거리를 구입하면서, 화려한 포장과 향에 현혹되기보다는 제품의 본질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혹자는 프랑스 친구를 대하던 과거 나처럼 “그렇게 어떤 농법으로 재배되었는지까지 일일히 신경써야 해?”라고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먹고 입고 사용할 물품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다 보면, 쓸데없는 소비도 막고 깐깐한 자신의 자세에 은근 자부심이 들지도 모른다. 겉뿐만이 아닌 속을 바꿔나가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허례허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친구와 나누자 냉철한 친구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다 좋은데… 집 청소나 먼저 해. 더러워서 살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