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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선택한 책

July·August, 2016

천국과 지옥 사이

Editor. 이수언

『싫음시름 – HATE SATE』
브릿지 쉽 하우스(BRIDGE SHIP HOUSE) 지음
유어마인드

친구들과 사는 게 지옥인지 천국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별생각 없이 지냈던지라 생은 천국에 가깝다고 생각을 했는데, 한 친구가 냉소적인 표정으로 “X라 지옥이지”라고 답해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근데 요즘 그 친구의 말이 자꾸 떠오른다.
현실을 반영하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싫음시름』을 발견하게 했다. 이 책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브릿지 쉽 하우스의 단편 만화를 모은 것으로 ‘Hate Sate’ 시리즈 중 4편을 묶었다.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주인공이 겪는 사회생활의 불편함, 자기연민, 주머니가 가난한 사정, 무기력증이 주된 서사다. 컷을 쓰지 않고 빽빽하게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거나, 인물을 축소, 확대하는 등 다양한 표현으로 주인공의 감정을 나타낸다. 만화를 보며 ‘세상살이 역시나 유쾌하지 않구나’라고 공감하는 사이, 저자는 갑자기 이런 얘기를 꺼낸다. “만화를 그리는 작업은 감성 보존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지금 생각하는 걸 몇 년 후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이전과는 정반대로 생각하기도 하며 변화한다. 만화를 통해 (…) 타인과 감각을 공유할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 그러니깐 만화를 그릴 당시에는 즐겁진 않았지만, 지금은 이 만화를 사람들과 나눌 수 있어서 기쁘다는 얘기? 나는 한 번 더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살아 있다는 부당함을 같이 울며불며 성토하길 바랐는데, 나만 그런 거라니…. 그러고 보니 ‘Hate Sate’는 일본어로 ‘그것참, 거참(はてさて)’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매번 생의 감정을 기록하며 ‘그것참, 별일일세’ 하고 털어버린 것이 아닐까? 삶이 정말 싫기도, 시름시름 앓을 것 같기도 한 지금.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