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hop & the City 세상의 모든 책방
책방의 진화, 해답은 파리에 있었다
에디터: 지은경
사진: 세바스티안 슈티제(Sebastian Schutyser)
책과 파리를 떨어뜨려 설명할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출판사들, 문인들과 예술가들이 모여 언제나 떠들썩한 카페들, 콧대 높은 에디터들이 모이는 와인바와 레스토랑, 센 강변에 위치한 부키니스트들. 이 모든 것들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손짓한다. 현재 파리에서는 책방들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고 있다. 언제나 멈춘 듯 고풍스러운 자태를 뽐내는 파리, 그러나 구석구석 새로운 진화와 변화들로 넘쳐나는 파리의 책방들. 2016년 봄, 파리 책방 탐험은 책 애호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감탄사를 연발시킨다. “역시! 파리야!”
만약 당신이 시각적인 영감을 얻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아르타자르 서점 말고는 다른 서점을 이야기하기 힘들 것이다. ‘힙Hip’이라는 단어와 서점을 연결 짓기가 그리 쉽지는 않겠지만 아르타자르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다름 아닌 힙’이다. 이 서점은 유럽에서 가장 다양한 디자인 관련 서적을 유통하고 있으며 어떤 토픽을 막론하고라도 비주얼 아트에 관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적을 갖추고 있다. 예상대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책들은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사진, 색채, 패션, 그라피티에 관한 것들이며, 전시처럼 일정 기간 토픽을 선정하여 그에 맞는 책을 전시한다. 또 이곳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알려지지 않은 책, 절판된 책 등 구하기 힘든 서적들을 만날 수 있는 재미도 쏠쏠하다. 만약 파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우선 웹사이트를 통해 이 서점의 아름다운 책들을 만나보도록 하자. 온라인상에서 세계 각국으로 배송도 이루어지니, 일단 온라인으로 아르타자르를 구경한 다음 혹시 나중에라도 파리를 방문하게 된다면 이 서점을 찾아가는 것을 꼭 잊지 말도록 하자. 서점이 위치한 동네는 파리의 젊은 지식인들이 모이는 동네이자 아름다운 카날 생마르탱 운하가 있어 책과 함께하는 아름답고 한가한 오후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83, Quai de Valmy
75010 Paris
+33 1 40 40 24 00
www.artazart.com
갈리냐니 서점은 유럽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영문 서점이자 파리에서 가장 세련된 곳이라 칭송받는 공간이다. 1801년부터 갈리냐니 가가 6대째 이어온 이 서점은 영문 서적을 찾는 파리지엔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공간이다. 1856년에 지금의 서점이 위치한 리볼리 가 224번지로 이주했는데, 이곳은 골동품과 미술품을 판매하는 대형 아케이드가 있는 곳이자 루브르 박물관이 바로 앞에 있다. 오랜 기간에 걸쳐 명맥을 이어온 이곳은 많은 유명인과 역사적 사건들이 지나쳐 갔다. 200년이 넘게 행하는 서점 사업은 그저 책을 사고파는 것이 아닌 가문의 업으로 아름답고 귀중한 책 보존 사업과 수출사업의 공로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5만여 권의 책들을 떠받들고 있는 짙은 색의 나무 선반은 1930년대에 제작된 것이며 서점의 방대한 서적의 양과 퀄리티는 지금까지도 매우 좋은 평을 받고 있다. 영문으로 된 방대한 픽션과 역사, 수사극, 그리고 예술 서적 전문인 갈리냐니는 책에 관해 해박한 지식을 지닌 점원들의 친절하고도 유능한 서비스로도 명성이 높다. 파리 시내 어디에서도 찾지 못한 책이라면 갈리냐니의 점원을 만나러 가보라. 그들이 책방 어딘가에서 당신이 그리도 찾던 책을 들고 나타나줄 것이다.
224, Rue de Rivoli
75001 Paris
+33 1 42 60 76 07
www.galignani.fr
1949년에 세워진 서점 라 윈느. 이곳은 파리 생제르망 데프레에 위치한 플로르 카페, 두마고 카페 등 문인들이 모이던 카페 바로 옆에 위치했던 서점이다. 전쟁 이후 예술가들과 문인들은 카페들을 돌며 열띤 토론을 벌이고 이곳에 모여 새로운 책 문화의 경향에 관해 이야기했다. 1950년에는 가장 파리를 잘 표현하는 사진작가라 일컬어졌던 두아노가 라 윈느 서점에서 사진 작품들을 전시했고 1957년에는 피카소가 예술 작품들을 전시했다. 1964년에는 시몬느 보부와르와 장 폴 사르트르가 플로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뒤 라 윈느 서점이 마련해준 작업실로 들어가 글을 썼는데, 이후 라 윈느 서점에서 작품들을 출간했다. 그리고 사르트르는 그 해에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렇게 프랑스문학과 예술에 큰 공을 세웠던 라 윈느 서점이 문을 닫게 되자 많은 책 관계자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파리의 많은 문인과 관계자의 노력으로, 2015년 라 윈느는 근처에 멋진 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생제르망 성당 옆에 자리한 이 서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티안 디올의 매장이었다. 구매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명품 매장을 대신해 서점이 선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거의 상상이 불가능한 일이다. 새롭게 문을 연 라 윈느는 갤러리와 서점의 콘셉트는 그대로 고수했지만, 이번에는 사진에 관한 책과 사진 전시만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학인들에게는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늘 새로운 물결과 함께 문화를 번성시켜온 라 윈느 서점의 선택은 오로지 사진이었다. 서점의 1층은 각종 사진 관련 서적들과 에디션에 따라 판매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2층은 사진가의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로써 서점의 새로운 장을 연 라 윈느, 서점 역사의 새로운 줄거리가 기록되고 있다.
Place Saint-Germain-des-Prés 16-18, Rue de l’Abbaye
75006 Paris
+33 1 42 01 43 55
www.la-hune.com
파리의 5구, 센 강의 남쪽, 노트르담 성당을 바라보고 서 있는 서점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은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서점이자 당신이 파리를 여행 중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장소다. 영문 서적을 전문으로 하는 이 서점은 반세기 전 문학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3개 층의 공간으로 꾸며져 있으며, 누구든 편안히 찾아와 글을 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들을 서점의 구석구석 마련해놓고 있다. 또한 이곳은 연주자를 기다리는 피아노와 방문자들을 위한 침대도 갖춰져 있으니 책 냄새 가득한, 책 천국을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장소는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본래 이 서점은 1919년부터 1941년까지 오데옹 가 12번지에 자리해 있었다. 실비아 비치라는 주인장이 운영하던 이곳은 영문학의 대표 작가들로 여겨지는 제임스 조이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프란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등이 자주 찾았었다고 한다. 이후 1951년 조지 위트만이 지금의 자리에 서점을 다시 열었는데, 실비아 비치의 서점을 그대로 물려받아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로 발전시켰다.
37, Rue de la Bucherie
75005 Paris
+33 1 43 25 40 93
www.shakespeareandcompan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