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Chaeg:Art 책 속 이야기:예술

조명 아래에서 비로소 보이는 노인의 모습

에디터 서예람, 파스칼 드동케르 Pascale Dedoncker 글 디디에 칼루치오 © Didier Carluccio

사진가 디디에 칼루치오Didier Carluccio는 자신의 정체성을 인간적이고 사회적인 사진 운동에서 찾는다. 젊은 시절 우연히 한 요양원을 방문한 이후로 그는 계속해서 여러 요양원을 방문했다. 그곳에 펼쳐진 장면에서 도망치지 않고, 거기 그대로 멈춰 서서 그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한 디디에는 프랑스의 많은 기관들과 협업하여 28년이 넘는 세월 동안 거의 10만 명 이상의 노인들을 카메라 앞에 세웠다. 그의 사진을 보는 이들은 선의와 연대, 측은지심, 노인들에게 사회가 세워둔 벽, 노년의 자존심, 요양원안에서 관계 맺는 타인이나 시간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신체적인 힘, 어쩌면 영적인 힘마저 잃어가는 노인들. 디디에는 이런 노인들을 이해하고자 한다. 스튜디오에서 주로 작업하는 그는 이 작업을 통해 노인들로 하여금 자신감 있게 카메라 앞에 서도록 독려하는 법, 그들 나름의 어려움과 아픔을 함께 느끼는 법을 배웠다. 오히려 요양원 직원들이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요양원 식구들의 새로운 모습과, 노인들이 그의 작업에 가지는 관심에 깜짝 놀라곤 한다. 그는 항상 한 곳에서의 작업이 마무리되면 그 사진을 찍은 기관에서 가장 먼저 전시회를 연다. 갤러리나 축제 같은 문화공간에서 전시하는 것은 늘 그 다음이다. 그는 노인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시설들을 정서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공동체라고 생각한다. 디디에는 어쩌면 이 세상에서 노인들이 존재하는 마지막 장소일 수도 있는 이 독특한 곳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바라본다. 젊은 시절에 가졌던 많은 것들을 잃은, 당연히 여겼던 모든 것이 변화되어 버렸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노년이라는 시기. 어떤 인간도 피해 갈 수 없는 이 매끈하지 않은 시기를 그는 사진에 담는다. 디디에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는 경험과 실존이 주는 아름다움이 있다. 이 사진들은 세월의 아름다움, 한 사람이 그가 살아온 세월 뒤에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노년의 반짝임, 어떤 정서가 찬란히 피어나는 모습이 이 책에 담겨있다. 한 장의 사진이 한 인생의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디디에는 진실을 좇는 인간주의자로서, 모든 사람들이 못난 것, 비극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클리셰를 넘어서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사진 속에는 프랑스의 노인들만이 담겨있지만, 이 작업이 남기는 여운은 만국 공통이다. 친구나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남은 노인들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요양원에서 매일 그들의 일상을 돕는 직원들의 일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노년의 일상을 채우고 있는 자비, 연대, 측은지심에 대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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